지난 일요일, 집 근처의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갔습니다. 원래는 아이 학교 근처에 자주 가는 단골 마트가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사람들이 출근 전 아침 일찍 전기 합선으로 인해 불이 났습니다. 큰 화재였던지라 복구되는데 아마 시간이 많이 소요될 듯합니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주차가 편한 다른 곳으로 갔던 것입니다.
< 우리의 단골 마트, 하루 빨리 복구되기를.. >
단골 마트에 불이 나다 보니 아직까지 마트 유목민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 토요일 다른 마트에서 대부분 장을 봤는데 그곳 주차장이 협소하다 보니 다른 곳을 찾아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라면과 고무장갑 등 살 것이 있어서 일요일 다시 다른 곳으로 갔는데..
그런데.. 그런데.. 라면과 고무장갑을 사러 갔던 것인데 왜 하필 이 무더위에 갈비가 눈에 띈 것인지.. 오픈 1주년 행사라 가격도 착한 데다 육질도 싱싱하고 실하니 '나 좀 데려가 주세요~!'라고 유혹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 결국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데려오고야 말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준비된 저녁 메뉴가 바로 갈비찜이었습니다.^^
< 삼복 더위에는 나를 유혹하지 말아줘!^^ >
아시죠? 갈비찜이 손이 얼마나 가는 음식인지.. 제 발등 제가 찍었는데 누굴 탓할 수 있을까요. 후회해도 이미 소용없는 일. 저걸 그냥 구워 먹을 수도 없는 일이니.. 그래서 집에 있는 재료로 대충(? 감자 동그랗게 돌려 깎고, 밤 깎고 그런 거 모두 생략) 손질해서 육질이 야들야들해질 때까지 아주 푹~~~ 조리했습니다.
< 대충이란 명분 아래 브로콜리는 버림 당해 버린.. >
고기보다도 채소를 좋아하는 우리 가족들은 찜에도 채소가 듬뿍 들어갑니다.^^ 하필 많고 많은 재료 중 갈비가 눈에 띄어 내가 얘를 왜 데려왔나 싶은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랑하는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요리하기 잘했네~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삼복더위에 핏물을 빼는 시간 포함해 몇 시간에 걸쳐 완성된 이 요리. 이것은 그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사랑이 가득 담긴 몸과 마음의 보양식이었습니다.^^ 그렇게 흐뭇하면 이 더위에 또 준비할 수 있겠느냐? 묻는다면
ps 2. 어느 주말 아침 식사 후, 몇 가지 살 것이 있어 혼자 집 앞에 장을 보러 갔던 적이 있습니다. 잠시라고는 하지만 그날도 무척 더웠던 날이라 집에 도착하니 어찌나 땀이 나던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니 거실에서 놀던 딸이 쪼르르 뛰어왔습니다. "엄마 힘들었죠?"라고 말하며 활짝 웃는 딸과 함께 눈앞에 펼쳐진 바로 이 광경..^^
아빠랑 도미노로 이걸 만들었노라며 얼른 해보라 손짓을 했습니다.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있나.^^ 그러니 제가 이 더위에도 불 앞에서의 수고로움을 자청할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