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신 케이 Jul 01. 2020

맑은 하늘로 부탁드립니다

스토리포토그라피100

스토리 10 - 맑은 하늘로 부탁드립니다


Lomography Simple USE, Lomo 400 / Nippori, Tokyo - Mar


일주일 내내 비만 오던 어떤 장마 기간. 

아침부터도 비가 하두 오길래 왠지 진한 커피가 마시고 싶어 졌다(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비 오는 날은 과테말라같은 진한 커피가 어울리지 않나요?) 그래서 아침을 간단히 먹고 집 근처의 조용한 카페로 갔다. 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고는 상상했던 커피를 마시며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카페가 하도 조용해서 그런지, 멀리서 어떤 꼬맹이가 비 오는 것에 대해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들려왔다. 


"요새 왜 계속 비만 오고 햇님이 안 보이나 했더니 여기 숨어있었네~ 찾았다! 햇님! 카페에서 그만 땡땡이치고 어서 복귀하셔서 맑은 하늘 좀 만들어주세요!"


카페의 샛노란 전구를 보고, 창밖의 장맛비를 보고, 저런 생각을 하는구나. 오~하고 오랜만에 감탄했다. 음- 근데 저게 어린이 감성이 맞나 싶어 고개를 들어 소리가 들려온 테이블을 바라보니, 아아~ 어린이가 아니라 그냥 닭살커플이었구나. '역시 연애하면 괜찮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오네'라고 조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 햇님! 너무 빡시게 일하셔도 현기증 나서 곤란해요. 적당히 맑은 하늘로 부탁드립니다.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멋진 아이디어들을 만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이때 '나'로부터 나오는 아이디어든 다른 누군가로부터의 아이디어든 일단 '기록'해두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기록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아이디어들은 영영 사라져 버려서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되지만, 간단하게라도 기록을 해두면 언젠간 멋지게 부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의 기록이라는 것은 글로 할 수도 있고 사진으로도 할 수 있다.

이전 09화 선거와 소셜 딜레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