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포토그라피100
스토리 43 - 강은 이미 건너왔지만 가끔씩 되돌아본다
시대가 참 많이 바뀌었다.
그중에 한 가지, 새로운 이성과의 관계를 트는 게 너무나도 쉬워졌다. 다들 캐주얼한 관계라고 쿨하게 말하지만 맺고 끊음이 너무나 가볍다. 나도 그렇고 상대방도 그럴 테다.
음.. 젊음이라는 말로 깊은 관계로부터 쌓아가는 내적가치를 애써 외면하며 마냥 자극만을 즐기는 가벼움이다. 그러다가 뿌리도 이름도 없는 여기저기 널브러진 잡초처럼 축 쳐진 때가 있었다.
극한의 허무함을 느꼈다. 그래서 잠시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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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문자 메시지 하나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고민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친구에게 이번에는 잘될 것 같다는 말을 하며 온갖 상상에 설레던 시절이 있었다.
상대방도 이성관계가 뭐가 뭔지 몰라 우왕좌왕하며 수줍어하던 때가 있었다.
대화가 없어도 스킨십이 없어도 심장이 쿵쾅쿵쾅 뛰던 때가 있었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몰랐던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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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상대방의 변화 앞에 상실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진짜 아프더라. 이번엔 인연이 아니었으니 다음엔 진짜 인연일 거라고 괜찮을 거라고 선배들은 말해주었지만, 쌓아온 것에 대한 상실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계속 반복되어 왔다. 문제점을 찾고 싶었다.
결국 이 반복 앞에 내가 아프기 싫어서 내가 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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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일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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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이런 반응엔 이렇게-저렇게- 자동적으로 대처하게 되었다. 내 마음은 주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마음은 뺐고 결핍을 주면 나에게 더 빠져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도 누군가에게 상실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 되었고, 상대방들은 처절하게 울었다. 나는 그것에 대해서도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원래 그런 거라고 하면서 말이다.
내가 아프지는 않게 되었지만, 누군가의 진심에도 '얘는 이런 거에 넘어가네'라고 생각하며 짜릿함만 있을 뿐 설레지도 않게 되었다.
그래서 그냥 공허했다. 하나도 아름답지 않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되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었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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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지금 이만큼 행복하니 힘든 시기도 다가오고 있겠구나 하는 것을 알고 덤덤히 준비하는 경험치가 되었을 즈음-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
"음.. 그러고보니 아픈 감정도 괜찮은 것이었네..!"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의 내가 보던 세상도 아프면 아픈 대로 아름다웠던 것 같다.
강을 건넌 것도 나로선 어쩔 수 없었고 또 영영 돌아갈 수도 없겠지만 가끔씩 되돌아본다.
@ 살다 보니 바다를 건너시는 위대한 분들도 많더라구요. 저는 배가 아직 작아서 하하 =)
퇴근하고 휴게실에 들러 잠깐 창밖의 도시 야경을 보다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창가에 수평을 잘 맞춰 카메라를 올려두고서 실내라서 빛이 부족하니 야간모드로 설정까지. 그리고 10초 타이머를 누르고 나는 뒤로 빠진다. 그런데 인화하고 보니 유리에 비친 장면과 유리 밖의 장면이 하나의 프레임에 담겨버렸다. 마치 선명한 현재와 흐려진 과거를 카메라(사진)이라는 매개체가 연결해주는 순간인 것 같다.
이렇게 여러 장면을 하나의 사진에 담는 것을 레이어링(Layering)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