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망원동 바히네 Aug 02. 2022

1년간 최대한 채식을 해보았다.

혼자 했다면 절대 못했을지도 몰라

 1년 전, 채식을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나빠진 건강과 이로 인해 송두리째 바뀐 삶을 성찰한 결과였다. 처음부터 '줄여보자'가 아닌 '안 먹어 보자'로 시작했다. 코넬대학교에서 제공하는 식물기반 영양 수업을 듣고 난 이후였기 때문에, 내 몸을 위해서 자연식물식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비혼세'라는 팟캐스트를 듣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한줌단'에 화두를 던졌다. 당시 한줌단은 창립 목적이 무색하게 팬덤이라기보다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는 커뮤니티가 된 지 오래였다. 운동을 같이 하기도 했고, 독서모임을 하기도 했으며, 외국어 공부를 함께 하는 모임도 만들어졌다. '비혼의 가시화'에 동의하며 모인 사람들이라 그런지 자기 계발을 위한 모임들은 쉽게 조성되었고 잘 꾸려져 갔다. 

"혹시, 채식 같이 하실 분?"

한 마디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느슨하게 단체 채팅방에 모여 서로 먹은 채식 밥상을 나누고, 맛있었던 비건 식당 정보를 나누고, 채식을 지향하면서 겪은 힘든 경험들이나 내 노력이 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기후 위기 블루'를 털어놓기도 했다. 채식을 해보기로 마음먹은 날 모임을 만든 나처럼 채식 경험이 아직 없는 사람도 많았고, 이미 엄격한 비건으로 수년을 지내온 사람들도 있었다. 관심만 있고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는 사람도 있었고, 일주일에 며칠을 정해두고 채식을 해보려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튼 모임을 만든 내가 제일 허술하고, 소위 말하는 '비건'도 아니었음은 물론 '비거니즘'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로 만든 '얼레벌레' 모임이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1년을 지내며 나는 구글 미트로 다소 어설플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한 쿠킹클래스를 멤버들을 위해 진행하기도 했고,  코넬대학교 수업을 통해 배운 내용과 스스로 학습한 건강과 채식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모임들도 자주 가졌다. 이후에는 채식에 대한 책을 함께 읽는 독서모임을 하기도 하고, 함께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영화제를 가는 등의 활동도 함께했다. 1년을 지나고 보니 50명이 넘는 사람들, 그리고 지금은 함께 하지 않지만 이 모임을 거쳐간 사람들 모두 마음으로 내 채식 지향을, 그리고 비거니즘을 가르치고 응원해준 것이었다는 것이 뚜렷하게 보였다. 나는 이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아마 1년 동안 열심히 채식을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내 몸 하나 챙기겠다고 시작한 채식이 동물권과 환경을 위해 채식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확장된 것이 아마 1년 동안 얻은 가장 소중한 자산이 아닐까 생각한다. 

안 사는 게 비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욕 없이 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매일 보이는 물건들을 보며 내가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의 사이에서 갈등한다. 물론 이전엔 갈등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내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안 사는 게 비건'이라는 문장은 '비건세' 한 멤버의 동생분이 언니의 물욕을 잠재우기 위해 던진 말이었는데, 너무 귀에 쏙 박히는 대단한 문장이라 아직까지도 종종 회자한다. 비건이 밥 한 끼를 고기 없이 먹는 것 그 이상의 개념이라는 철학이 한 문장에 담겨있다. 물론 아직도 매일 갖고 싶은 것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중생의 삶이지만, 긴 고민 없이 결제를 행하던 습관을 고친 것에 감사하다. 


 저와 함께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며, '아니 채식을 어떻게 한담?' 궁금했던 분들은 조금이라도 힌트나 용기를 얻어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비건세 사람들 중 일부의 이야기를 묶어두었다. 채식을 시작한 이유도, 채식을 실천하는 정도도 모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묶어두고 나니 나도 중단하지 않고, 어느 날 동물을 먹었더라도 다시 중심으로 돌아와 길게 이어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함께 비건세> 보러 가기


 아무튼 뭣도 모르고 채식하자고 했는데 같이 참여해준 여러분 고마워요. 일 년 동안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채식을 실천하며 서로를 격려해주었던 경험을 소중하게 간직합시다. 저를 격려해주신 여러분의 마음도 감사히 기억하고, 할 수 있는 만큼 여러분을 격려했던 제 노력도 기특하게 기억할게요. 

 


 

매거진의 이전글 유튜브 중독자는 유튜브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