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래서 도대체 얼마나 먹어야 되는데?
좀처럼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지 않다가 최근 큰 마트를 찾았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곳은 '건강기능 파우더'섹션. '분리 대두단백질'파우더를 1kg 단위로 파는 대형마트라니. 그곳에는 '유청단백질'파우더와 '탈골 칼슘', '콜라겐 파우더'등 기존에 대형마트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제품이 한 섹션을 위풍당당하게 차지하고 있었다. 한국인이라면 응당 풀을 보면 김치를 담그고, 몸에 좋다는 성분이 포함된 모든 것들을 즙을 내 마신다는 우스갯소리는 옛말이 된 것처럼 '여주 분말', '가시오갈피 분말'등도 함께 진열돼 있었다. 모든 제품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단연 단백질 파우더들이었다.
운동을 시작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단백질 파우더를 구매하는 것으로 운동 의지를 다잡는 것 같다. 나는 근육운동을 본격적으로 안 하는 탓도 있지만 한 끼를 후루룩 마셔 '때우는'것을 싫어하기도 해서 구매해본 적은 없지만, 얼마 전 '비건 페스타'에서 샘플을 받아 마셔본바로 역시나 맛이 없어서 먹고 싶지 않았다. 단백질 파우더부터 단백질 바, 단백질 파우더로 구운 베이커리 제품들이 요즘 눈에 적잖이 보인다. 건강한 몸을 위해서는 응당 단백질을 많이 섭취해야 하고, 어쨌든 지금 먹는 것으로는 단백질이 부족하다는 기본 전제가 누군가에 의해서 우리에게 스며든 듯하다.
얼마큼의 단백질을 먹어야 하는가?
단백질을 얼마큼 먹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 자체가 너무 다양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은 체중 1kg당 0.8을 곱한 만큼을 권하고 있다. 미국 질병관리청의 경우 범위가 넓은데 전체 칼로리의 10-35%를 단백질을 통해 섭취할 것을 권하고 있다. 미국영양협회에서는 체중의 0.8에서 1%만큼의 단백질을 섭취하라고 권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몸무게의 0.73에서 0.9를 곱한 값을 권한다. 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하는 운동선수들의 경우 단백질을 조금 더 섭취할 것을 권한다. 눈여겨볼 점은 무게를 드는 운동을 직업으로 하는 운동선수나, 근육의 크기를 키우는 운동을 일주일에 3회 이상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 기준치를 따르도록 하는데, '최소'섭취량의 권고와 함께 '최대' 섭취량의 권고가 있다는 것이다. 즉, 너무 과도한 단백질의 섭취를 권하지 않는다는 뜻.
얼마큼의 단백질을 먹고 있는가?
개인차가 너무 크다. 한국인들이 얼마큼의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는지를 살펴본 연구에 따르면, 평균값으로는 남녀 모두 단백질을 과잉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남성 청년군에서 과도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남성 청년 그룹에 속한 사람 3명 중 1명은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 즉, 많이 먹는 사람이 너무 많이 먹는다는 뜻이다. 여성도 마찬가지 패턴을 보였다. 단백질 섭취가 가장 부족한 그룹은 여성 노인층이었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생기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다. 근감소증, 비만을 비롯한 성인질환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단백질이 과하면 생기는 문제들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자주 하지 않으면서 과도하게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IGF-1이라고 하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는 단백질 식품군에 포함되어 있는데, 이 물질은 암을 키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성 단백질은 물론, 식물성 단백질에도 포함돼 있다. 저탄수 고단백 식이를 남성에서 테스토스테론의 저하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보기도 했다. 단백질 대사과정에서 쓰이는 간과 신장에도 무리가 가서 기능이 저하되거나 영구적으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동물성 단백질의 과다 섭취가 통풍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연예인 '김종국'님을 통해 잘 알려진 것도 같다. 동물성 단백질 식품은 뼈 건강에도 해롭다. 칼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단백질을 먹을 것인가?
단백질 파우더나 스낵 형태로 단백질을 먹는 이유는 '간편해서'일 것이다. 콩을 하루 동안 불려 삶아 요리하거나 단백질이 풍부한 곡물과 채소를 씻어서 요리하는 일은 매우 번거롭고, 바쁜 생활을 하는 현대인에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파우더를 넣어 흔들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제품이나 포장을 뜯어 씹어먹기만 하면 되는 것들은 편리하게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을 것이다.
동물성 단백질이 아닌 식물성 단백질 파우더 제품류는 괜찮은지도 궁금했다. 코넬의 영양수업에서는 굳이 식이섬유를 포함한 좋은 성분을 모두 제외한 '단백질 만'먹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분리 단백'은 식품에서 '단백질'만 기술적으로 뽑아낸 것으로, 지방과 탄수화물을 뺐다는 '장점'이 있지만 식이섬유와 오메가 3을 포함한 좋은 지방, 그리고 이소플라본, 비타민 B군과 같은 몸에 비타민과 무기질의 섭취 기회도 함께 '분리'한다. 때문에 '식물 전체(whole food)'의 섭취로 단백질을 먹을 것을 권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몸을 키워야 하는 운동선수나 무게를 드는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의 경우 식물성 분리 단백을 먹을 수 있는데, 이 경우 '유청단백질'보다는 나은 옵션이라는 분석이 있다. 물론 몸에 해로운 물질이 많이 포함된 '동물성 단백질(고기, 우유 등)'보다는 나은 옵션이다. 콩의 섭취는 콜레스테롤 저하와 유방암 생존율 증가, 혈당 개선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지난 40년간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식이섬유를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다른 식물성 단백질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식물에서 단백질만 분리한 경우는? LDL 콜레스테롤 저하에 있어서 식품을 통한 단백질 섭취와 식물성 분리 단백의 역할은 비슷한 것으로 보이는 연구도 있다. 다만, 식물성 분리 단백이 몸에 나쁘지 않다는 연구가 아직까지 충분하지는 않으며 대부분의 연구가 식물성 분리 단백을 이용해 만드는 식품(대체육) 회사에서 지원한 연구이며, 연구 기간이나 모집단의 크기가 충분하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아무튼 '단백질을 충분히 먹지 않고 있다. 단백질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식품산업의 트렌드에 반영되고 있는 듯하다. 정제 탄수화물과 정제 지방만으로 만들어진 스낵을 먹는 것보다, 깨끗하게 생산되고 첨가물이 없는 식물성 단백질 바 하나를 간식으로 먹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단백질 섭취는 근육의 사용을 동반해야 한다는 사실만 잊지 않는다면 말이다. 무엇보다 내가 먹은 단백질이 잘 쓰일 수 있도록, 단백질 대사에 관여하는 비타민D, B12, 엽산이 부족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량 영양소(Macronutrient)만큼 중요한 게 미량 영양소(Micronutrient)이나 늘 부각되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