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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 이모야 May 25. 2019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그래도 살아지더라

하고 싶은 일을 하느라 의도적 백수를 업으로 삼고 있는 지금. 잉여시간을 보내다 9년 전 싸이월드에 남겨놓은 내 글을 읽게 되었다.


2008년 12월  '트라우마 세대'에 대한 기사에 관한 것이었다.

트라우마 세대
중·고교 시절 외환위기를 맞아 부모의 실직·부도를 간접 경험하고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취업 대란에 맞닥뜨린 20대 중·후반(2008년 기준이므로 현재 30대 중·후반을 말함)


‘괜찮아, 안 죽어. 래미안에 안 살아도 안 죽고, 자이에 안 살아도 괜찮고, 반지하에 살아도 살아져’


아마도 '돈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Photo by Sookyong Lee

사실 아버지가 사업을 하셨지만 다행히도 부도 없이 외환위기를 잘 넘겼고 그 뒤로 몇 번 어려운 적은 있었지만 내가 돈벌이를 시작할 때까지는 건재했다. 그래서 그런가 우리 부모님은 내가 부족한 것 없이 어려운 것도 모르고 자란 줄로만 아신다. 물론 나보다 더 어렵게 지낸 이들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중학생 때부터 부모님께 돈을 달라고 말한 적이 없다. 정기적으로 받는 차비 정도의 용돈이 있었기도 하지만 나의 물욕보다 절제력이 더 우월했기에 버티면서 살 수 있었다.


특히나 두 번의 장기 해외생활을 자처하면서 그 생활은 극에 달했는데, 보름간 1만 원으로 살고도 남기는 신기록을 세웠고 아르바이트는 했지만 방값이 모자라 한 달간 집주인을 피해 다닌 적도 있었다. 그 시절에 시내에 있던 약 18,000원의 짜장면 한 그릇이 엄청 먹고 싶었는데 그렇게 힘들게 모은 돈이 아까워 결국 한국에 돌아와 이틀에 한 번씩 짜장면을 먹게 되었고 지금도 배달 1순위가 짜장면이 될 만큼 웃픈 사연을 갖게 되었다.


몇 년 전 돈이 너무 궁해서 온몸이 거부하는 일임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수락했다가 정말 개고생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제는 더 이상 안 하겠다 마음먹은 일인데 또다시 제의가 들어온 거다. 나를 인정해주고 찾아준다는 것이 참으로 고맙고 행복한 일이지만 돈 때문에 선택하기에는 내가 감수해야 하는 것들이 돈의 가치를 이길 수 없었다.


사실 돈 때문에 엄청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딱 두 달만 더 버티면 적금 만기라 어떤 맛일지 모를 사탕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다. 살 집은 있으니 집 밖에 안 나가면 돈 쓸 일도 없다.




 

난 그냥 적당히 벌어 적당히 쓸랍니다. 돈이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누군가는 그러겠지.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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