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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 이모야 Jan 05. 2022

나 말하는 건가?!

나를 위한 삶, 파이어족

단지 이렇게 남을 위한 일만 하다가 나 스스로를 다 불태워 없앨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에 멈췄. 남들 눈에는 보다 안정적인 길이었을 수 있으나 그때 나는 사람답게 잘 살아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뿐이었다.


그때 내 나이 34살이었다.

Photo by Sookyong Lee

어쩌면 4년 전 그때의 나는 요즘 말하는 파이어(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 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돈을 어마어마하게 모아 둔 건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학비를 제외하고 부모님에게 손 벌려 본 적이 없으니 현재까지 경제적 독립인 것은 확실하다. 다만 10년,  20년 후까지 이렇게 살아도 문제없을지는 미지수만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어떻게든 살 수 있을 것 같다. 뭐라 딱 꼬집어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은 분명 아니다.


은퇴라는 것이 경제활동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생계수단에 목메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만큼만 하고 있으니 파이어족에서 말하는 은퇴가 아닐까. 대학 전공, 오래 하던 일,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한 일을 그만둔 것도 맞다. 그것도 서른 중반이라는 다소 어린 나이에.


필요한 만큼만 벌어서 필요한 곳에만 쓰자는 게  신조다. 물론 가정을 꾸리고 아이가 생긴다면 그 생각도 달라지겠지만 돈다발을 무조건적으로 안겨주기보다 세상을 헤쳐나갈 힘과 지혜를 물려주고 싶다.

 

누군가에겐 철없는 생각으로 비칠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를 위해서 투자하고 모으는데만 올인하기에는 나 자신에게 미안하고 미안하다. 그래서 나를 위해 내 행복을 위해 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지금 하는 일이 얼마 큼의 부와 명예를 안겨주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주변에서 '배운 게 아깝지 않으냐', '아직 젊은데 갖고 있는 능력을 썩혀서야 되겠느냐' 걱정이라는 꼬리표를 단 넓은 오지랖이 자주 펄럭댔다


나는 절대 내가 갖고 있던 것들을 버린 것이 아니다. 다른 형태, 다른 방식으로 재조합해서 활용하고 있는 것뿐이다. 예전에 누군가가 그렇게 외치던 '창조융합'이라는 단어가 지금 내 모습을 가장 잘 대변해줄 수도 있겠다.



갑의 횡포와 을의 설움에 열불을 토해봤자 내 목만 아프더라. 지금은 성질 고약한 악덕 사장이 운영하는 1인 기업의 노동자라 라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말이다.

' 인생의 주인공은 나야 ' 노래만 부르다 젊은 날을 보낼 것이 아니라 행동의 방향을 바꿔서 내 것을 찾을 때야말로 진정한 주인 노릇이 가능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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