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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 이모야 Oct 17. 2022

나를 위해 지금 이 순간 채우기

과거는 불변이지만 미래는 내가 만드는 것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지난 일에 대해 반성하고 다음을 도모하지만 지나간 일을 곱씹으며 '그러지 말걸'하면서 반복적으로 되뇌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비효율적인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ENTJ 성향이다)  


'만약에 OO했었다면...' 하는 것만큼 부질없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만약이라는 옷을 입혀 내가 바라는 대로 만들어낸 허울 좋은 가짜 과거는 현재를 괴롭게만 할 뿐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0과 1로 이루어진 이분법 로직일 지라도 나에게 영향을 주는 경우의 수는 곳곳에 숨어있어 '만약에'라는 단편적 상상으로 예측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반대로 잘났던 과거만 자꾸 곱씹는 것 또한 내 앞날에 그다지 도움이 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때 해봤으니 다시 한번 더 해 볼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팍팍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려는 자기 위안이요 얄팍한 꼼수일 뿐이다.


'과거'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는데 영향을 주는 불변의 경험이다. 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에 매 순간, 내 모든 것을 투자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그래서 나는 두루뭉술한 결말에 확실한 방향만 설정해놨다. 인생이 내가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순간순간 방향성만 맞으면 그 과정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남들이 보기에 좀 돌아가면 어떤가. 내가 무언가를 했다면, 어느 영화 대사처럼 '어제의 나보다 한 단계 성장'했음은 분명하다. 앞으로 나아간 발자국이 아니었을지언정 굳건히 설 수 있는 버팀목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돈을 버는 행위도 사랑하는 이를 찾아 헤매는 것도 오늘의 나를 채우고 내일의 나를 위해 행하는 끊임없는 조각모음이라 생각한다.

Photo by Sookyong Lee

작년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몸이 많이 망가졌었다. 가만히 서 있는 것도 곤혹스러웠고 물이 든 컵도 한 손으로 들기 어려울 만큼 힘을 못썼다. 무섭고 서러웠다. 단련된 근육을 갖고 있었더라면 이 정도로 힘들지는 않았을 거라는 의사의 말에 몸을 어느 정도 추스르자마자 몸 단련에 매진했다. 안 하던 근력운동을 하려니 매일같이 근육통을 달고 살았다. 그래도 근육이 생긴다는 사실에, 그 근육이 나를 지탱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그 정도 고통은 즐길 수 있었다.


우리 언니는 평생 운동을 하고 운동을 가르치고 있다. 공짜로 배울 기회가 많았음에도 절대 안 하던 동생이 안 하던 짓을 하니 오죽하면 저럴까 싶어 걱정 어린 핀잔을 주었다.

- 이제 와서 늙은 세포로 근육 만드느라 고생한다. 그러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하라니까.

- 그래서 지금 하잖아. 나 오늘이 제일 젊어.  


근육 만들기는 장기목표고 1년 동안 운동습관 들이는 게 단기 목표였다. 초기 3개월, 작심삼일이 고비인지라 3일에 한번, '내일모레 소개팅한다'는 마음으로 운동을 했다. 당장 내일이면 '에라 모르겠다' 하고 포기할 수 있지만 내일모레면 최소 부기라도 뺄 수 있는 하루의 기회를 잡을 성격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진짜 소개팅을 하지는 않았다. 나를 채찍질 하기 위한 장치였지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꾸준함은 작은 습관을 만들었고 나를 변화시켰다. 내 건강을 위한 일이었기에 몸의 변화가 마냥 감사했고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부모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잘나기 위해 힘겹게 버티면서 타인 눈치를 보면서 살고 싶지 않다. 부모님을 통해 내가 시작되었지만 살아가는 것도 완성하는 것도 끝맺음하는 것도 나인데 순간의 선택마다 나 자신이 빠져있다면 너무 불쌍하다.


내가 만들 수 있는 오늘, 그런 내가 가장 젊고 가장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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