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처음 본 그날, 반짝이는 그 눈빛에 반했었다. 그 두 눈에서 열정을 품은 꿈과 그 꿈을 향해 달리는 푸르른 청춘이 담겨있음을 느꼈다.
처음이었다.
내가 누군가를 보고 첫눈에 홀린 것이.
사랑에 빠진 사람의 눈빛은 반짝인다고 했다. 분명 나도 그랬고 그도 그랬다. 아마도 사랑의 힘이라는 엄청난 엔도르핀이 만들어낸 잠재적 에너지임이 틀림없다 확신했다. 적어도 그날 전까진.
그와의 만남으로 해를 넘긴 시간을 채워가던 어느 날, 그의 눈빛이 전 같지 않음을, 그 무언가가 희미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내 눈빛은 스스로 볼 수가 없으니 알 수가 없었으나 비슷한 상태였을 게다.
우리는 각자의 삶에 지쳐있었다.
사랑이 식거나 변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서로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고 서로가 행복하길 바랬다. 지침은 서운함이 되고 다툼이 되고 미안함이 되었다. 우리는 상대를 위한 각자의 역할이 끝났다고 말을 하며 남녀 간의 관계를 접기로 했다. 그렇게 사랑이라 불리던 연결고리를 끊었다.
Photo by Sookyong Lee
시간이 흘러 마음의 폭풍이 잠잠해졌을 무렵 안부인사차 그를 만났다. 그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었고 그 눈에서는 꿈을 향한 빛이 다시 반짝이고 있었다. 바보 같은 마음일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앞날을 위해 마음껏 응원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반짝이는 그의 눈빛은 참으로 반가웠다.
어쩌면 나는 그를 좋아했던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향해 열정을 쏟는 그 눈빛을 좋아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질만능주의, 돈이 권력인 시대가 없어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돈이 없으면 행복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꿈을 좇는 사람의 그 마음가짐이 좋다. 아이같이 순수한 그 마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