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입학하며 과외를 시작해 처음으로 경제활동을 하게 된 지 20년이 되어간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많은 시간을 바친 걸까?
삶의 기본권을 영위하는 정도의 재화를 얻기 위한 노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어제도 약간의 야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뒤 가족과 잠깐의 시간을 보내기가 무섭게 요새 핫한 코인 시장 공부를 하기 위해 라이브 강의를 듣고 나니 돈이라는 것이 나에게 주는 의미와 가치를 문득 생각해 보게 됐다.
처음에는 그저 내가 먹고 싶은 걸 먹고 갖고 싶은 걸 갖는 수단이라고만 생각했던 지폐와 동전들이 어찌 보면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쏟아내야 할 만큼의 지배적인 존재로 등극하게 되었음을 자각하지 못했다.
취뽀를 달성하고 처음으로 고정소득이 생겼을 당시에는 기존 씀씀이를 크게 상회하는 신분상승의 기분을 누렸지만 이내 그것은 매우 당연한 정도의 푼돈으로 전락해 버리고 더 큰 자산을 축적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것으로 치부당했다.
그런 욕구 때문인지 또래에 비해 이것저것 열심히 보고 듣고 배워 나름 많은 분야에서 투자경험을 했고 그것들이 급속도로 자산을 성장시키는 성과를 가져오기도 해서 역시 나의 역량과 노력이 더해지면 금방 부자가 되겠구나 했지만 초심자의 행운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몇 번의 작은 성공 경험으로 더 과감해진 나는 톡톡히 수업료를 치르며 자산을 탕감해가기도 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인생처럼 언제든 돈을 딸 수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망각한 채 그저 우상향 할 것만 같았던 나의 소득이 나락으로 치달을 땐 한없는 절망감과 자괴감에 현실의 나나들이 허무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때의 기분은 온데간데없고 다시 또 행운일지 실수일지 모르는 투자를 반복한다.
지금 내가 가진 소득과 자산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음에도 만족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지속적으로 더 많은 돈을 추종하는 끝없는 욕망 앞에서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한 은퇴의 조건을 이루는 시점에 과연 멈출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수천억 대 부자가 된 지인의 지인 이야기를 건네 들으며 결국 그렇게 어마어마한 부자도 평소에 할 수 있는 건 크게 다르지 않고 결국 사람 사는 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내가 그렇게 안 해봤으니까 해보고 싶다는 욕심에 은퇴의 조건을 높여만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진정 즐길 줄 아는 자가 이 나라의 챔피언이라고 하는데 돈을 벌고 투자하는 것을 유희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면 적당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그 순간 자유로운 삶을 택할 굳은 결심과 용기가 필요함을 다시금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