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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지러너 Mar 06. 2023

정직한

충실한 하루

#매일매일


달리기는 정직하다.


본디 모든 운동의 성과가 성실한 노력을 바탕으로 한다지만 특정 종목은 타고난 재능과 운동신경이 그 노력을 뛰어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달리기는 정직하다. 정확하게는 장거리 달리기는 정직하다. 제 아무리 날고 기는 사람도 조금만 게을러지면 본인의 페이스를 잃고 만다. 달리기는 삶의 기록이자 인생의 축적이다. 한 번 한 번의 달리기가 쌓여 좋은 페이스와 긴 거리를 만든다. 그런 점에서 달리기 만큼 정직한 운동은 없다. 인간으로 태어나 뒤집고 기고 앉고 선 다음엔 별다른 재능 없이도 누구나 두 발로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기에 달리기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그래서 더 정직하다.


3주 전 주말 야구를 하다가 부상을 당했다. 시즌 마무리 단계가 되자 그동안 소화하지 않았던 포지션에 뛰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매번 외야에만 있던 내가 내야 수비를 하다가 결국 마지막엔 투수로 올라가게 되었다. 선배들의 격려와 기대를 받으며 등판한 나는 운수 좋은 날을 맞은 것처럼 마운드에서 스트라이크와 삼진을 꽂았고 그 자신감에 탄력을 받아, 풀지도 않은 몸을 뒤틀며 1구, 1구 진심으로 던지다 그만 외복사근과 광배근이 찢어졌다. 난생처음 겪어보는 부상이었고 그렇게 심각한 부상인 줄 몰랐으나, 옆구리와 등에 붙은 근육들은 생각보다 매 순간 쓰임이 있던 소중한 근육이란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이틀 간은 아예 눕지를 못해 밤을 새웠고, 이틀 째 되던 날 병원에 가서 등에 주사 4방을 맞고서야 밀린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침대에 눕는 데만 10분 정도가 걸리고, 다시 일어서는 데 10분이 걸리는 생활을 반복한 지 2주 정도 되어서야 사람답게 직립이 가능해졌다. 그렇게 잠시 이별했던 달리기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주 두 번의 아침 달리기로 다시 2년 전 처음 아침에 달리던 그때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찬 바람과 서늘한 공기뿐 아니라 조금만 뛰어도 벅차오르는 숨과 무거운 몸까지 똑같았다. 불과 한 달 전 PB를 달성했던 나였는데 3주 가까이 달리지 않으면서 나는 다시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던 그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깨닫는다. 새로운 시작을, 정직한 달리기를, 설레는 아침을, 달릴 수 있다는 즐거움을.


그렇게 다시 조금씩 천천히 오늘도 아침 달리기!




#충실한하루


1년 전에 써놓았던 정직한 달리기 글을 다시 한번 읽으면서 오늘 아침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 연초 계획을 세우고 매주 25km 이상 달리기로 약속한 내가 거의 2달간 잘 버텨오다가 이내 또 시들해져 버렸다. 그렇게 2주 정도 거의 달리지 않다가 오늘 아침에서야 다시 마음을 다잡고 고작 5km 달렸을 뿐인데 한 발 한 발 떼기가 천근만근이었다. 속도도 속도지만 5km를 한 번에 뛰기도 벅찬 수준에 다다른 나의 상태를 확인하며 그동안 게을렀던 자신에게 다시금 실망 한 아침이다.


환경이 변하고 신경 쓸 것들이 많다는 핑계로 루틴을 저버렸는데 그게 결국 내 삶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 버렸다. 일도 일이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마음을 쓴다는 것이 정신적으로 부담이 되었는지 더 피로해지고 더 게을러졌던 것 같다. 새로 바뀐 근무지 때문에 달라진 출근 길이 안정화 되지 않아서, 출퇴근 소요시간 및 출근시간 고정이 안되다 보니 나 스스로도 오늘은 일찍 일어날지 늦게 일어날지 정하지 않은 채로 잠들었고, 결국 그렇게 잠든 날은 무조건 늦게 일어나게 되었다.


근 2주 만에 다시 상쾌한 아침을 열게 된 오늘은 또 다른 변수에 출근시간이 평소보다 20분은 더 걸려서 좌절했지만 서서히 출근시간을 더 일찍 가져가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최적의 루트와 교통수단을 찾아가고 있다. 단순히 아침에 운동하고 일찍 출근하는 것이 뭐 그리 대수냐 생각할 수 있지만 고정된 출근시간을 갖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출퇴근 시간의 고정은 결국 내가 잠을 자야 하는 시간을 정하게 만들고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며 늦게 자는 일을 막아준다. 또 일찍 출근하면 대부분의 일들을 아침에 미리 계획할 수 있고 좀 더 생산적인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렇게 보내는 충실한 하루들이 모여 한 주가 되고 한 달이 된다. 매일 계획적으로 보내는 충실한 하루가 쌓여 한 해로 거듭나고 그런 한 해 한 해가 모여 결국 인생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살짝 흐트러졌던 루틴하고 충실한 삶을 다시 시작하자고 다짐하면서 연초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세 번의 기회 (1월 1일, 구정, 3월 2일)의 마지막 기회를 살려 올해를 생산적인 한 해로 만들어 보고자 다시 고삐를 쥔다.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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