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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품 Aug 16. 2021

비를 좋아하세요?


규칙적인 흐름으로 내리는 것 같지만, 가만히 누워서 들으면 불규칙적인 사운드로 창가를 톡톡 두드리는 빗소리를 드는 것을 좋아한다. 침대에 누워 머리 맡에 들려오는 빗소리를 들으면 아무 생각이 없어지고 음악을 굳이 틀지 않아도 자연이 주는 소리가 분위기를 한껏 더해준다. 멜로디가 들리진 않지만 리듬은 살아 있어 자연이 연주하는 생생한 연주곡이다. 


비가 주는 사운드도 좋아하지만, 내가 더 좋아하는 건 바로 습기를 머금고 있는 그 흙내음이다. 비가 내리고 촉촉해진 땅과 나무는 이전과는 다른 향을 뿜는데, 비오는 순간만큼은 나무들이 살아있다는 게 생생하게 전해지고, 생명의 향을 내 몸 전체적으로 느끼기 위해 깊은 숨을 마시며 내 몸 안쪽에 담곤 한다. 깊게 마신 숨을 내뱉으면 몸속에는 습기와 향기가 동시에 들어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한 때, '비' 에 대한 경험을 함께 공유했던 사람이 있었다. "저는 촉촉한 물기를 머금고 있는... 비가 오는 날씨를 가장 좋아해요..."  그도 나처럼 비를 좋아하는 사람 이었으며, 우리는 같은 취미가 없어도 단지 비를 좋아했기 때문에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며 관계를 지속할 수 있었다. 보통 일반 연인들은 맑은 날씨에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데이트를 하거나, 선선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공원 데이트를 선호하겠지만, 우리는 서로 우산을 같이 쓰면서 빗속을 걷거나, 빗소리를 들으며 드라이브 하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장마철이 시작되면 서로 자주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날씨 어플에 비가 온다는 알림과 동시에 서로 먼저 반갑게 연락을 하며 비가 오는 오늘은 무엇을 할지 계획을 하며 설레였다. 이제는 서로의 길을 응원해주는 사이가 되었지만, 매년 장마기간이 시작되면 그 날을 그리워하고 그 사람이 떠오른다. 오늘도 그 사람이 그리워지는 하루가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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