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조기퇴직 그리고 분노
요즘은 리더가 업무 지시를 할 때 최종 결과물만을 지시하기보다는 방향성이나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아이디어나 제안까지 담아서 지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은 그 지시가 완벽해서인지 정확히 얘기한 것만 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시키는 일만 하면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물건을 사면 유치원에 갓 들어간 아이도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명찰 스티커를 붙이는 것처럼 명찰을 다는 것으로 내 물건임을 표시하고, 타인이 실수 혹은 고의로 자신의 물건을 탐하는 것을 방지합니다.
보고서의 예를 들면, 보고서에는 작성자 개인의 이름을 기재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면 이 보고서가 내 것이라는 징표는 무엇일까요?
결국 거기에 담긴 나만의 생각, 지식, 주장이 될 겁니다.
하지만, 시키는 일만 딱 해서 온다면, 그 일은 내 시간이 들어갔음에도 내 것이 아닙니다.
조직 내에서 숱하게 많은 시간을 보냈음에도 내것은 전혀 없는 무소유가 됩니다.
조직 내 삶은 내 삶이 아닌 대행의 시간일 뿐 입니다.
생물체의 몸에서 퇴화하는 신체 부위는 잘 쓰지 않는 부위들입니다. 사람의 역량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꾸 고민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훈련을 하지 않으면 그 기능을 담당하는 지력(智力)과 의지는 퇴화하고 말 겁니다.
그래서 자신이 시키는 일만 하면 되는 위치에서 벗어나 남들에게 일을 시켜야 할 때는 스스로 만들 줄 모르니 이 역시 건설현장의 재하도급 마냥 남이 시킨 일을 대행해서 시키는 역할 밖에 할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리더로서 반쪽도 안 되는 역할로서 이런 역할만 하는 리더가 조직 내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습니다.
리더로서 밥값을 못하게 됩니다.
자기 스스로 회사 업무에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담지도 않고, 자신의 발전과 미래에도 도움 안 되는 일로 인식되는 일을 하루가 멀다하고 지시하는 상사와 동료 그리고 조직이 본인에게 달가울 리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을 제대로 해올 리 없으니, 리더나 조직은 수시로 'Check & Push'를 할 테고요.
모두 이기적인 목적으로 조직 내에서 성과를 내고 살아남으려고 하는 구조상 당연히 이 체크와 푸시의 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조직 내에서 보상처럼 본인의 이익에 직결되고 지대한 영향을 주는 평가도 좋을 리 없습니다.
이런 악순환의 굴레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타인에 대한 오해와 미움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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