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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작가 Dec 08. 2023

누구나 가신(家臣)이 될 수 있을까?

과거 정치뉴스란을 보면 ‘가신’(家臣)이란 표현이 자주 보였습니다.

한자에서 풍기는 이미지처럼 거의 가족 같은 하지만 분명 가족은 아닌 아랫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사실 이런 개념은 동양만의 정서는 아니고 중세시대 유럽에서도 봉건군주와 기사와의 관계도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또한, 정치뿐만 아니라 사람이 둘 이상만 모이면 생성되는 조직, 특히 회사에서도 이런 가신들은 AI와 공존하는 21세기 한복판에서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오히려 사람 간 관계의 양과 질이 떨어지면서, 이러한 가신과 같은 관계가 더 소중하고 필요성이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가신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여러 조건이 있겠지만 그중 가장 기본은 ‘시간’ 아닐까요? 같이 지내온 시간이요.

사람 간의 관계에서 관계의 형성과 친밀감은 시간과 비례 혹은 반비례할 수도 있고, 사람과 상황에 따라서 같은 시간을 보내도 더욱 친밀해지고 덜 가까워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같이 보낸 시간의 절대양은 이러한 노력과 상황에 따라 변화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오랜 시간 같이 보낸 사람들이 친밀이나 신뢰를 쌓아갈 가능성이 높은 것 또한 사실이고요.


회사의 예를 들어보면 초창기엔 조직의 규모가 작으니 당연히 초창기 멤버, 가신과 가신같은 사람들만 가지고 회사 운영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점점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가신만 가지고는 회사 운영이 어려워지고 가신이 아닌 새로운 사람들이 높은 자리 낮은 자리 가릴 것 없이 포진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너와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 서로 간의 관계에 대한 인식 차이가 발생합니다.

오너는 구성원 모두가 가신같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며, 자신과 회사에 충성하길 바랍니다.

하지만, 잊고 있는지 모르지만, 지금의 찐 가신들도 태어날 때부터 가신은 아닙니다.


지난 오랜 세월 지금의 가신인 사람들은 오너에게 많은 것들을 받고 누려왔습니다.

그 결과 현재 조직 내에서 많은 것을 누리고 현재도 쉽게 침범할 수 없는 자신들의 아성과 카르텔을 구축하게 되었지요.

더불어 인간적인 마음의 빚이나 부채의식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조직에 합류한 사람들은 능력은 기존 가신들보다 출중하고 조직에 대한 로열티도 높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과거에 받은 게 가신에 비해서  적거나 없습니다.

기존 가신들에 비해서 아무래도 함께 한 시간이 적으니 뭔가 받을 절대 시간도 작았습니다.

마음의 빚뿐만 아니라 물질적인 혜택에 대한 지금의 찐 가신들보다 부채의식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들 오너와의 관계에서도 충성관계보다는 비용과 거래의 측면을 더 강하게 인식합니다.


또한 미래에 대한 기대도 가신들은 이미 한번 혹은 그 이상 과거의 인내와 복종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맛보았기에, 지금의 고통도 인내도 감내할 자기 확신이 있을 수 있지만

역시 새로운 사람들은 그런 미래의 기대와 확신보다는 당연히 즉각적인 보상을 기대하게 될 테고요.


그러니 조직 내 '겸임'과 같이 가신들이나 수용하고 그저 묵묵히 수행할 만한 역할과 성과를 가신이 아닌 사람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최악은 그 기대에 못미침을 새로운 사람에게 전가하고 책임을 묻는 것이고요.


가신(家臣)은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상하관계를 만들어 감이 새로운 가신을 만드는 것보다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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