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적당히, 새로운 시도는 많이.

by Hazel Kim

어쩌다보니 유독 한 친구와 잦은 술자리를 가졌던 적이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지난주는 마셨으니 이번주도 마시자 였던 것 같다.

(어제 마셨으니 오늘도 마시자! 가 아니라서 천만다행이다)


그때 당시 둘 다 각자만의 힘든 일이 있었다.

그 힘든 일을 서로 알게 되었던 터라 그냥 누군가 먼저 볼까? 하면 서로 별 말 없이 나와 술 잔을 채우는 일이 잦았다. 왠지 그렇게 있으면 마음이 참 편해졌다.


하루의 많은 시간을 불편함과 답답함으로 옥죄는 듯한 기분으로 보내다,

친구와 마주 앉아 술을 마시는 그 시간이 일종의 탈출구? 같았다.

그 당시엔 어떻게 시간이 잘 맞았네?! 하면서 웃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서로가 서로의 큰 위로가 되었던 터라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 친구와 있을 때면 각자에게 새로운 것을 많이 해보았는데,

묵을 먹지 않는 내가 묵을 주재료로 쓰는 음식점을 찾아가 그곳에서 밥을 먹고,

회는 먹지만 해삼이나 멍게, 개불 등과 같은 해산물을 잘 찾아먹지 않던 내가 굳이 해산물 파는 곳을 찾아가 색다른 입맛에 도전해본 게 새로운 부분이었고,

아직까지 포장마차 경험이 없는 그 친구를, 종로 3가에 줄 지어 있는 한 포장마차에 데려가 국수와 꼬막을 시켜 소주를 마신 게 새로운 시도였다.


문제는 늘 그런 새로운 시도를 할 때면,

술도 그만큼이나 많이 마시게 된다는 게 아주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그래서 술은 적당히! 새로운 시도는 많이!’ 가 언젠가부터 우리 대화창의 공지가 되었다.


덕분에 새로운 시도를 나름! 많이 했다.

묵을 안 먹는 내가 묵을 주재료로 하는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먹고,

회는 먹지만 개불, 멍게, 해삼 등은 잘 못 먹는 내가 그러한 종류의 해산물에 도전하고..

어렸을 적 부터 늘 나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그림에 흥미를 갖고

드로잉이나 오일 파스텔 그림을 시도해 보는 등 여러 가지를 많이 해보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한건 이 모든 새로운 시도는 가능하지만

‘술은 적당히’ 는 도저히 안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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