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의 장, 단점
경력단절 주부가 할 수있는 일이라고는 몇가지 되지 않는다.
나는 시부모님 병원에 모시고 다녀야하는 특수성 때문에
한 곳에 매여있는 출퇴근이 버거워해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만 한다.
월, 수, 금 오전에 5시간동안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한다.
화, 수, 목 오후에 5시간~6시간동안 식당 홀서빙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 두 곳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오전 설거지 아르바이트] - 첫 아르바이트, 1년 8개월
장점 : 주차하기 편함, 주방이 우리 집 거실 2배, 5시간 아르바이트중에 맛있는 두끼 식사!!
원두커피 무료, 무선 이어폰으로 노래 듣기 가능
단점 : 미친듯 많은 설거지, 허리 아픈 자세로 채소 씻기, 홀 이모들간의 감정싸움 지켜보기,
사장님의 널뛰는 인격과 고성 샤우팅(나한테 하는건 아닌데 듣고 있는 것 자체가 곤혹,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
[오후 홀서빙 아르바이트]- 첫 홀서빙 아르바이트, 1년
장점 : 좋아하는 노래가 계속 나와서 지루하지 않음, 마스크를 써서 표정까지 신경 쓸 필요없음(최대장점), 젊은 사장님들과 대화하는 재미, 맛난 저녁 식사
단점 : 주차하기 힘듦, 사장님이 자꾸 나 믿고 홀을 비워서 체력 소모가 많음, 스케줄을 자꾸 변경함
[오전 알바에서 사표를 던질뻔 한 일]
이 두 곳에서 최근 사표를 던지고 싶은 일이 생겼다.
오전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서 나는 재료의 전처리를 하는 일을 맡고 있는데
식당 밥솥 (가스용 밭솥)에 밥을 추가로 하라고 해서 밥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뚜껑을 열어보니 밥이 설익고 안됐다.
40여명분의 밥인데. 큰일이다.
아... 이런.. 망했네....
그냥 주방 부장님 바쁘더라도 한 번 와서 가스불 켜달라고 할걸....
왜 내가 불을 켜서 이 사달을 만들었을까... 평소처럼 그냥 나는 쌀만 부어 놓을것을...
최근 그만둔 주방 부장님도 이런 일이 여러번 생겨서 난리가 났었다.
(그때도 나는 부장님이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장님의 호통이 말도 못했다.
제대로 하면 왜 이렇게 됐겠냐며...
하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이 밭솥은 최근 고장난게 분명했다.
1년 6개월동안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자꾸 밥이 다 되기전에 가스불이 꺼져버린다.
분명 불이 다 붙는걸 눈으로 확인하고 밥을 앉혀도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역시나 사장님은 제대로 했는데 그랬겠냐며 내게 뭐라 한다.
평소 사장님 성격대로라면 인상 팍팍 쓰고 있는 성질 없는 성질 냈을 텐데...
그래도 소리지르지 않고 그럴리 있겠나며 쓴소리만 한마디 한다. 여자라고 봐주는 느낌이다.
하지만 나는 그 원망의 눈빛에 상처받았다.
(사장님은 주방 남자직원들한테는 난리난리 부리는데 그래도 여자직원들한테는 그렇게 하진 않는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나는 억울했다.
억울하고 속상해서 눈물이 핑돈다.
내가 실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결과가 이렇게 되니까.
내 잘못같이 되니까 억울해서 화가난다.
가스불에 밥을 다시 올리고 수습을 한다.
결국 밭솥만한 누룽지를 만들고 나머지 밥을 뜸들여 사태를 수습한다.
차라리 큰 소리로 뭐라고하면 이때다하고
"그만 두겠습니다. 제 잘못이 아닌데 이걸로 얘기 듣는건 불합리해요.
더이상은 못할 것 같아요. 사장님 소리 지르는 것 옆에서 듣는것도 지치고요."
이렇게 말하고 관두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소심한 나는 아무소리도 못했다.
아르바이트생은 왜 사표를 못던지는가?!
이럴때 앞치마에 넣어뒀던 사표를 휙! 하고 던지고 나오면 통쾌하기라도 할텐데...
왠지 말로만 그만 다니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건 좀 억울하다.
나는 나름 항거하는 마음으로 아르바이트 끝나고 먹는 점심 식사를 하지 않고
막내 아들 학교상담을 핑계로 나왔다.
(홀이모들이랑 점심먹는거 정말 좋아하는데 이날은 입맛이 뚝 떨어져버렸다)
실제로 상담이 있는 날이여서 오전에 홀이모에게 말해두긴 했지만
점심 먹고갈 시간은 확보하고 상담을 잡은거라 먹고가도 늦지 않았다.
근데 왠지 다들 둘러앉은 자리에서 설익었던 밥을 놓고 앉아있으면 사장님이 그 이야기가 또 꺼낼 것 같았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는 이제 티슈 한장으로 끝나지 않을 눈물을 질질 흘릴 것 같았다.
밥상 머리에서 우는건 딱 질색이니까 밥을 먹지 않고 도망을 갔다.
그 다음에 출근했더니 주방 임시 부장님이 내가 그날 밥을 안먹고 가서 사장님이 신경쓰였는지 물어봤다고 한다. 나는 학교상담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사장님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 일이 있고나서 나는 밥솥 불을 켜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또 밥이 설익는 사태가 발생했다.
새로온 주방 과장님이 밥을 했는데 이렇게 된 것이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거봐.. 분명 고장난거라니까.... 사장님은 왜 자꾸 우리탓이라고하는거야.'
역시나 과장님은 혼나고 주눅이 들었다. 온지 며칠되지도 않았는데.... 동변상련의 마음으로 신경이 쓰인다.
그래도 과장님은 꿋꿋하게 밥을 먹는다. 다행이다. 나처럼 울거나 도망치지 않아서...
나는 이 설익는 밥솥의 사태가 사장님이 밥을 했을때 벌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동안 억울하게 당했던 지난번 부장님, 나, 새로온 과장님, 주방 직원의 억울함이 풀릴 거라고.
그래서 나는 요즘 사장님이 밥을 하기를 학수고대한다.
이건 약간 통아저씨 게임처럼 누가 걸릴지 모르는 일이다.
부디 사장님이 밥을 할 때 밥이 설익어서 밥솥이 고장났다는걸 인정하고 바꿔줬으면 좋겠다.
안그러면 여러명이 제 명에 못살 것 같다.
[오후 아르바이트에서 사표를 던질 뻔한 일]
손님이 많이 줄어서 한동안 계속 아르바이트 시간을 줄여서 눈치껏 조기퇴근을 해야했다.
(심지어 출근 2시간만에 집에 돌아 온적도 있음...)
어차피 새벽독서를 시작해서 집에 1시간이나 30분이라도 빨리 가서 자는게 다행이다 싶기도...
5:30분 출근- 11:30분, 원래 6시간이 아르바이트 조건이였지만 요즘은 10:30분에 퇴근한다.
집에 와서 씻고 12시전에 잠드는게 목표다.
하지만 대부분 집안일 조금 하다보면 12:30분이 넘어야 잘 수 있다.
요즘 사장님은 나한테 맡겨놓고 재료를 사러 시장을 가는 일이 잦아졌다.
보통 출근전에 시장을 봐오는 루틴이였는데 어느날부터 영업시작하고 자꾸 나간다.
고기 손질을 정육점에서 해오는게 마음에 안든다고 본인이 세척과정을 맡아서 한다고
주방에 들어가서 또 몇시간....
친구들이랑 모임있다고 또 나가버려서 나혼자 동동 거리며 홀을 다 봐야하는 일들이
주기적으로,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지금 계절이 바빠질 때라 이런식으로 운영하면 내 어깨랑 손가락 관절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열테이블이 넘는 매장에 코스로 음식 불판을 옮기는 일, 상을 치우고, 기본 세팅을 차리고,
술과 음료 주문을 받으면 가져다 줘야되고 반찬도 셀프가 아니라서 계속 한테이블이 수십번을
왔다갔다해야하는 사태가 생긴다.
두명이 해야할 일을 나 혼자 감당해야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아.. 이게 맞나? 시간은 줄어서 수입은 줄고 노동강도는 늘어나는게 맞나? 이게 맞아?"
이런 생각이 자꾸 든다.
그런데 어제 정말 못하겠다는 말이 목구멍으로 나오다 삼켜졌다.
손님이 늦은시간대에 오니 출근 시간을 6시로 미루고 퇴근을 11시에 하란다??
뭐야... 내 출근시간 퇴근시간은 왜 엿가락이야...
내 의견을 묻는다기보다 통보다.
"아... 그래요? 주차가 되려나..."
이 바보야, 안된다는 말을 왜 못하니...
소심한 나는 그러겠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도 5:30분 출근하려면 주차때문에 미리 와서 주변을 빙빙 돌아야되는데 6시 출근이면 주차가능성은 없다.
주방에 일하는 언니가 화장실 가는틈에 나에게 소곤소곤 말한다.
"주차 못할 것 같은데... 하루이틀 해보고 정 어려우면 5:30분 출근밖에 안된다고 얘기하자..
나는 주차 할 곳 없으면 못다녀"
나역시 끄덕하고 신호를 보낸다.
다음주에 며칠 6시출근을 해보고 안되면 못하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오후 아르바이트를 그만둘까 생각하고 있다.
떡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그동안 그만둘까 말까를 엄청 고민했는데 어쩌면 이게 빠져나올 방법이 될 것 같기도하다.
아무경력도 없던 나를 써준 오전 아르바이트에대한 고마움,
사람들 만나는게 겁이나서 움츠러들었던 나에게 사회로 한발짝 나오게해준 오후 아르바이트.
앞으로의 나의 아르바이트 인생은 어떻게 될까?
겁이 많은 성격이라 새로운 것에 시도하는게 어려운데 그게 겁나서 나는 계속 반복되는 문제가 있는 곳에 남아있어야하는걸까?
다 때려치우고 예전처럼 집에서 쳐박혀서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지내는 것도 싫고
몸과 마음이 상하면서 일에 치여서 사는 것도 싫다.
집을 지으면서 대출 받은 은행이자가 부담되서 나 쓸돈은 내가 벌자는 마음과
우울함에서 벗어나고 사람들 사이에 섞이고 싶어서 시작된 아르바이트가 어느새 2년 가까이 되어간다.
그동안 나는 여러변화가 있었다.
아르바이트 시작하면서 내 용돈은 내가 벌어서 쓴다.
취미미술 학원비도 내가 내고, 휴대폰 비용, 국민연금, 보험료 몇개도 내가 책임진다.
읽고 싶은 책도 눈치보지 않고 살 수 있다.
그동안 집안일 하고 남편 채소농장을 하면서는 내 노동력에 대한 가치를 금전으로 보상 받아본 적이 없었다.
용돈을 타서 뭔가를 해야하는 삶이 눈치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나는 경제적 독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농장 땅을 팔아서 대출금 정리를 하면 집안 경제상황이 좀 나아질거라고 말하지만 내가 봤을 땐 몇년안에 팔릴 가능성이 전~~~~혀 없다.
그동안은 내가 내 용돈을 벌어서 쓰는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주변에서는 왜 이 허드렛일을 하냐고 묻지만 나는 이 일에 감사하는 마음은 변함이없다.
나도 뭔가할 수 있다는 자신감, 우울증에서 벗어나 여러 사람들과 다시 어울리게 해준 고마운 일,
부분적 경제적 자립...
다만 내가 나이들어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지 고민해본다.
단순 노동만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그걸 고민하고 찾아보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