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는 것이 항상 설레고 행복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게 젊은 청춘들의 자발적 죽음으로 향한 긴 여행이라면.
며칠 전 대중의 별로 살다 하늘의 별로 다시 돌아간 배우가 있다.
나는 그 배우를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어서 네이버 뉴스 기사에서 보자마자 알아봤다.
그를 깊게 알지는 못하므로 그저 이제 그가 힘들어했을 고통에서 벗어나 편안해졌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가 남긴 두장의 유서 속에 그는 자신의 마음을 다 털고 떠났을까?
그의 공식 SNS에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가 "긴 여행 시작"이라는 문구라는 걸 사람들이 발견하고 그가 어느 인터뷰에서 본인의 장례식에서는 샴페인을 마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걸 보며 이미 이때부터 그는 죽음에 대해 생각한 게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그를 아는 가족과 지인들은 그의 이런 글과 말들을 흘려보낸 게 안타깝고 마음 아플 것이다.
"긴 여행 시작"이라는 단어를 자신의 가슴에서 꺼내 대중들에게 내보였을 때 그는 누군가의 구원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2017년 겨울, 샤이니의 종현이라는 가수가 우리 곁을 떠난 일이 있었다.
그들이 유행시킨 노래 몇몇 곡을 알고 있었지만 멤버의 개인적인 정보는 없는 상태였는데 그날 기사를 읽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고 많이 놀랐다.
내가 깊은 우울증으로 고생하면서 늘 듣고 따라 부르며 울던 이하이의 "한숨"이라는 노래를 그가 만들었다는 것이다.
가사 하나하나가 너무 가슴에 닿아서 이런 가사를 쓴 사람은 누굴까? 이건 정말 이런 감정을 느껴본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감정인데... 이런 생각을 자주 하며 누군지 모를 그를 나도 모르게 위로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노래의 주인공이 죽은 것이다.
나는 그 노래를 듣고 힘든 순간을 버티며 살았는데 정작 그는 힘들어하는 누군가를 위해 이 노래를 선물하고 긴 여행을 떠나버린 것이다.
마치 그 노래가 그의 유서이자 추모곡이 되어버려 나를 비롯한 대중들의 슬픔은 더했다.
그를 추모하며 노래하던 이하이는 결국 눈물을 흘렸고 그걸 보는 나도 같이 울었다.
노랫말 하나하나가 하늘로 떠난 그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에 더 가슴 아팠던 것 같다.
이번 뉴스를 보고 문득 누군가의 안부가 묻고 싶어졌다.
웃고 있지만 눈동자가 슬픈 사람, 깊은 한숨을 힘겹게 삼키는 사람.
바삐 사느라 잊고 있던 누군가의 안부를 깊어가는 가을과 겨울 틈에서 다정하게 묻고 싶다.
—— 이하이 <한숨>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남들 눈엔 힘 빠지는
한숨으로 보일진 몰라도
나는 알고 있죠
작은 한숨 내뱉기도 어려운
하루를 보냈단 걸
이제 다른 생각은 마요
깊이 숨을 쉬어봐요
그대로 내뱉어요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정말 수고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