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13일 차]'게니 라이즈'(천재+여행), 협업

헤르만 헤세 <나로 존재하는 법>, 릭 루빈 <창조적 행위:존재의 방식>

by 윤서린

헤르만 헤세

<나로 존재하는 법>

[노인의 지혜, 놀림, 장난기]


헤르만 헤세는 열네 살 즈음 마울브론 신학교에 다니게 된다.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났으니 신학교에 가는 건 그 당시 당연히 예견된 절차였을까?

신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수도회에 들어가거나, 학문, 성직자, 문단의 등용문이 되는 첫 계단이었다.

하지만 헤르만 헤세는 신학교에서 도망쳐 나왔다가 병실과 학교 골방에 감금당하고 자퇴를 하면서 스스로 학상 시절의 가장 심각한 위기였다고 회상한다.


이 이야기는 자퇴하기 전, 그가 신학교에서 도망치고 3개월 후 자살기도를 해서 정신병원에 들어가기 전의 이야기다.


그는 학교를 뛰쳐나가 온종일 숲을 헤매고 차가운 기온에 야외에서 밤을 지새우다 죽을 뻔한 뒤, 병실과 학교 골방에 감금되어 있다가 방학을 맞이하여 그의 할아버지를 찾아간다.

그의 부모들이 헤르만 헤세의 문제를 할아버지의 조언으로 해결하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헤세는 학자로 유명한 할아버지방에 들어설 때 수천 권의 책에서 압도감을 느낀다.

훗날 그는 16세~20세에 할아버지의 서재에 있는 책을 탐독하며 엄청난 양의 습작을 하게 된다.


할아버지에게 심문당하고, 판단당하고, 책망당할 마음의 대비를 단단히 한 채로 들어선 방.

헤세는 우려와 달리 할아버지의 밝은 파란색 눈과 입가에 띈 미소를 본다.


"나는 이곳에서는 판단이나 처벌이 아닌, 노인의 지혜와 인내심, 이해가 약간의 장난기와 놀림과 합해져 나를 기다린다는 것을 느꼈다. 그때 할아버지가 입을 열어 말했다. "그래, 헤르만 왔구나? 너 요즘 게니라이즈 같은 거 하고 다닌다며." '게니라이즈(Genie [천재] + Reise [여행]라는 단어의 합성어)!! 이것은 약 50년 전 튀빙겐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일탈 행위, 즉 만용과 반항, 절망을 품고 마구 휘젓고 돌아다니며 모험을 하던 특별한 형태를 일 걷는 말이었다. 그리고 여러 해 뒤에 비로소 나는 알았다. 기독교인이지 학자로 유명했던 할아버지도 한때 위험한 분위기에 휩쓸려 그런 게니 라이즈를 한 적이 있다는 걸 말이다.". (54면)


가족, 친척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헤르만 헤세, 자신을 끔찍한 전염병에 걸린 것처럼 대하는 사람들과 자신을 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끔찍이도 힘들었던 그였다.


그런 그에게 존경과 사랑, 그리고 동시에 두렵게 느껴지는 할아버지의 존재는 헤르만 헤세의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세상의 제도, 권위, 불합리함으로부터의 반항


누군가로부터 자신이 이해받는다는 것.

아마 그것만으로도 살아갈 한 줄기 빛을 본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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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 루빈 <창조적 행위: 존재의 방식>

[협업]



릭 루빈이 말하는 "협업"이란 단순히 다른 누군가와의 협업을 말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책을 읽고 간단히 정리한다.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주의를 기울일수록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협업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 나 이전의 예술과 이후에 나올 예술과의 협업

- 나와 세상과의 협업

- 나와 경험과의 협업

- 나와 도구와의 협업

- 나와 관객과의 협업

- 나와 오늘의 나의 협업

(78면 참고)


예술가의 의도와 다른 사람이 작품을 보고 파악한 의도가 완전히 다를 수 있다.
양쪽 모두가 맞다.



"작품의 목적은 먼저 예술가 안의 무언가를 깨우고 그다음에 다른 사람들 안에 무언가를 깨우는 것이다. 똑같은 것이 깨워지지 않아도 상관없다. 예술가는 그저 자신이 느끼는 강렬한 파장이 다른 이들에게까지 닿기를 희망할 뿐이다." (79면)



요즘 노랫말을 만들면서 나는 "자연과 협업"중이다.


하루살이를 통해 시련 속에서도 힘차게 나아가는 우리들의 하루를 노래하고, 나무늘보를 통해 느려도 자기만의 속도로 가는 것을 응원한다.

애벌레로 보다 더 높은 이상을 꿈꾸는 삶을 노래하고 정원으로 나 자신을 스스로 아끼고 가꾸자는 노랫말을 쓴다.


어제부터 만들고 있는 노랫말은 붉은 장미에서부터 시작됐다.

사람과의 거리, 화려함 뒤의 이면에 대한 노랫말에 사랑이라는 포장지를 씌워본다.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업하는 하루하루를 위해.

오늘도 더 자세히, 더 다정히 주위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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