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취미 미술
내 휴대폰 사진첩에 “꽃”을 검색하면 5061건이 검색된다.
순전 내가 다 찍은 꽃사진은 아니고 검색했던 자료까지 포함하니 그 정도 된다.
눈에 예뻐 보이는 것들은 이름 모를 잡초, 들꽃이라도 우선 찍어두고 본다.
찍어두면 다 쓸데가 있다.
그냥 가끔 사진첩을 열어보다 꽃사진만 쭉 훑어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다 여러 꽃을 조합해서 꽃그림을 그린다.
오늘 그림은 5월에 그렸던 꽃 시리즈 중에 하나다.
그때는 한참 나만의 그림체를 찾는 중이어서 (지금도 여전 히 찾고 있는 중이지만 그때는 더 심했다) 계속 꽃만 그렸다.
작은 캔버스에 손길이 가는 데로 그려지는 꽃을 보고 있자면 뭔가 자유로운 느낌이 들었다. 잘 그려지지 않아서 덮고 또 덮어도 그마저도 즐거웠다.
나는 섬세한 쪽보다는 거침없이 붓질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툭툭 올려지는 물감의 질감을 사랑한다.
꿈틀거리는 생명력과 강인함을 표현하는 것도.
그래서 하늘을 향해 줄기들이 손을 뻗는 듯 표현한다.
이 그림은 사진첩에서 잠들어있다가 어제 새로 시작한 연재북 <마음에 서린 빛나는 문장들>의 표지가 되었다.
이 그림 말고도 꽃시리즈가 몇 개 더 있으니 때가 되면 또 새로운 연재북의 표지로 그 쓰임을 할 것이다.
그림이란 참 이상하다.
못 그려도 그저 좋으니 말이다.
가끔 괴로워서 머리를 쥐어 뜯기도 하지만 그 고통 또한 달갑다.
꽃그림을 그리다 보면 알게 된다. 결코 화려하고 크게 피어난 꽃만이 그림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걸.. 작은 꽃, 아직 피어나지 못한 꽃망울이 사이사이 함께 있어야 비로소 하나의 풍경이 된다는 것을.
꽃, 찍고, 그리고, 또 그린다.
중년에 용기 내 시작한 그림, 삶을 더 다채롭게 만든다.
2025. 5. 31. 아크릴화, 캔버스 by S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