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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거리는 나만의 그림체를 찾아서

아크릴화 그리기 <두 세계와 상현망간의 달 : 축제>

by 윤서린

그림 방랑기를 걷고 있는 요즘이다.

8월 초에 그린 이 그림은 기존에 그리던 내 그림 스타일에서 붓터치와 채색의 스타일이 변형되며 완성되었다.

색채도 과감해졌다.


무언가를 보고 그리는 게 아니라 상상 속의 이미지나 형상을 그리는 것이다 보니 구도, 채색, 색조화가 생각보다 많이 어렵다.

덮고 덮고 다시 칠하기.

색을 만들고 덧칠하다 모자라면 다시 원하는 색 만들기.

그런데 똑같은 색을 만들어내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요즘은 같은 색을 좀 넉넉히 만들어 놓는다.


올봄부터 내가 찍은 사진으로 꽃과 풀 그림을 그리면서 잎의 형태가 흐드러진 풀잎을 계속 그리고 있다.

뭔가 자유롭고 싶은 의지, 하지만 나약함과 강인함의 경계에 있는 듯한 나의 풀잎과 나뭇잎들은 화실의 그림 짝꿍이 말한 것처럼 하나같이 "흐느적거린다"


흐느적거린다는 것은 살기 위해 꿈틀거린다는 뜻이다.
생명으로 희망으로 뻗어 나가는 것이다.


잎사귀의 잎맥과 나무줄기에 물관이 마치 우리들의 핏줄처럼 뿌리부터 잎사귀 끝까지 생명력을 깊게 빨아들여 새로운 싹을 틔울 양분을 옮기고 저장한다.


배경도 처음에 초록이었지만 강렬한 와인빛 붉은색과 빨간색으로 덧칠한다.

늘 그렇듯 조금은 거친 붓질이 나온다.


붉게 노을 지는 핏빛 하늘과
푸른 어둠이 동시에 공존한다.

치열했던 삶과 소망하던 안식,
이 두 세계가 하늘에서 이마를 맞댄다.

희망으로 동그랗게 차오를
상현망간의 달이 금빛 불꽃을 터트린다.

두 세계에 희망의 파편들이 조각이 되어 별처럼 떠다닌다.

삶이 축제가 된다.


tempImageohwNB5.heic 2025. 8. 아크릴화 <두 세계와 상현망간의 달 :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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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계와 상현망간의 달 : 축제>는 내가 연재하는 초단편소설집의 연재커버북이 되었다.

내가 쓰는 소설처럼 뭔가 삶과 인간의 양면성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표지로 선택한 것이다.


나의 그림 여정은 지도 없이 떠나는 길이라 험난하다.
길이 없으니 내가 길을 만들어야 한다.
가다 막히거나 절벽을 만나면 왔던 길을 뒤돌아 나와야 한다.
길을 잃어 갔던 길을 하염없이 걷고 또 걸을 수도 있다.
어떤 순간에는 과감하게 낯선 곳으로 떨어져야 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길을 간다는 설렘이 있다. 떨림이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취미로 시작해 붓을 든 지 3년쯤 되어간다.

늘 그렇듯 멋대로이고 여전히 부족하지만 나는 내 안의 꿈틀거리는 나를 표현할 내 그림체를 찾아 헤매고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작은 캔버스를 수없이 물감으로 덮어야 하는 과정 속에서 나를 좀 더 깊게 이해하고 알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한동안 그림 권태기가 왔었다.

내 이야기, 내 관점과 사유가 담긴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데 그림으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아서였다.

요즘은 이 그림체를 연습하면서 나만의 그림체와 시리즈화할 그림들을 고민하며 만들어가는 시간을 갖고 있다.

욕심부리지 않고 작은 그림이라도 꾸준히 그려서 내년쯤에는 다시 전시회에 참여하고 싶다.


내 그림과 그 그림에 대한 내 글이
나란히 전시되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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