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 Oct 23. 2021

가족 여행

우리 가족은 다섯 명의 성인과 반려견 1마리로 이루어져 있다. 중학생 이후로는 단 한 번도 가족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성인이 되고 나면 여행의 기회가 생길 줄 알았는데, 누군가 주도하지 않는 이상 다 같이 움직이는 건 쉽지 않았다. 그 누군가는 결국 내가 되었고 몇 번의 시도 끝에 우리 가족 전원이 함께 하는 여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작년 연말 한 달 동안 하루 한 가지의 질문을 받고 그에 대해 답변을 해서 나에 관한 인터뷰집을 만들었다. "코로나가 끝나면 하고 싶은 일 3가지는 무엇인가요?", "2021년 당신의 삶에 더하고 싶은 것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등 여러 질문이 있었는데 내 답변의 30%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였다. 홀로 가는 여행, 함께 하는 여행, 국내 여행, 해외여행 등 여러 여행이 존재했지만 가족 여행은 내 마음속 숙제와 같은 존재였다. 좋아해서 하고 싶었던 일이자 해야 하는 일에 해당했다.

     

우선 너무 장거리였기에, 자차 대신 기차를 타고 오기로 했다. 반려견인 네찌는 다행히 이동 가방에 들어가는 크기의 소형견이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다음 문제는 숙소였다. 그동안 실행하지 못한 몇 차례의 가족 여행을 기획하면서 부모님과 떠나는 여행이기에 좋은 숙소에 비중을 두었는데, 강아지와 함께 하는 여행이다 보니 장소가 제한적이었다. 다행히 애견 동반이 가능한 근처 게스트 하우스가 있었기에 숙소 문제는 해결이 됐다. 그리고 그 당시의 내 기준으로 최적의 목포 1박 2일의 가족 여행 코스를 짰다. 첫 여행이라 이런저런 욕심이 들긴 했지만 또 처음인 만큼 많이 덜어내기로 했다. 너무 힘들지 않게, 여유롭게 함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가족이든 친한 친구든 주변의 누군가를 챙기는 일은, 또 그 대상이 여러 명일 때 나는 꽤나 부담을 느낀다. 어떤 때는 그 부담감이 그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이겨서 난감할 때도 있는데 그 마음은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한자리에 모일 수 있어 즐거웠지만 이것저것 신경을 쓰다 보니 피곤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함께하는 여행이라 부모님도, 동생도 서로 배려를 하고 있었고 그리고 이동하느라 힘든 강아지까지 즐겁지만 힘든 그 마음은 공존했을 텐데, 또 은연중에 혼자 예민해져서 부담을 느꼈나 보다. 


아무튼, 사고 없이, 싸움 없이 정말 오랜만에 공식적인 1박 2일 가족 여행은 끝이 났다. 한 번 해봤으니까 두 번째는 분명 더 여유롭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늦지 않게 멀지 않게 또다시 나의 가족 여행을 기획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