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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형 Oct 23. 2015

마음에도 기준이라는 게 존재하나요?

내 마음은 몇 퍼센트예요.


사랑하는 연인이 옆에 있다면, 가끔 우리는 궁금해질 때가 있다. 사실 매일 생각하면서도 차마 내뱉지는 못하고 입 안에 감추어 두는 말.


저를 정말로 사랑하나요?


관계로는 명확하나 마음도 명확한 것인지 듣고 싶어 결국 우리는 사랑하는 연인에게 알게 모르게 부담을 주고야 만다. (사랑하는 사이에 부담이 될 수 있느냐 말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듣게 된 바로는 그 질문이 집요하게 지속된다면 가끔 그렇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더라) 우리는 그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이 애매모호하다면 똑같은 질문을 다시 던지게 된다. 마치 가득 찬 물병에 얼음을 가득 넣어 곧 넘치게 하려는 것처럼


집 앞에 데려다주던 도중 그는 내가 묻지도 않은 말에 혼자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 '마음이 100이라면, 지금은 60만큼 널 사랑해 진심이야'느닷없는 고백보다 60만큼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말이 날 더 멍하게 만들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그럼 나머지 40은?', '그래 만나면서 채워가는 거지' 온갖 생각이 내 머릿속을 채우고야 말았다. 후자의 이성적인 생각만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60만큼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그의 말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해해야 할지 도무지 마음이 잡히질 않았다. 어쩌면 그가 했던 말들 중 가장 솔직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눈이 시큰했다.  




사람이 가진 마음의 무게는 저울질할 수 없다지만,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자 할 때 그 마음에 기준이라는 게 존재할까? 내 마음은 몇 퍼센트예요.라고


서운해하지 말라던 네 말이, 네 마음보다 나를 더 서운하게 만들었지만 조심스레 사랑을 내뱉던 너를 재촉할 수 없었다. 너를 탓하는 내가 미웠다. 기다리자 했건만, 문득 생각나게 만들던 네 말이 꽤 오래 나를 괴롭혔다. 가득 채워진 내 마음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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