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나를 지키는 일

by 버들
여름맞이 커튼 교체. 마음도 바나나잎처럼 팔랑인다.





몸이 흐물흐물 오징어처럼 늘어지는 무더운 여름 한가운데 장마철. 유난히 몸이 이완이 잘 되는 이 시기에는 후굴 동작을 하면 ‘제대로’ 개운하게 열리는 기분이 든다.

근육의 개입 없이 한 자세에서 오래 머무르는 인 요가를 한 시간 동안 한 뒤 몸이 가는 대로 자연스레 후굴 동작을 했다. 아도 무카 스바나아사나를 통해 척추를 기지개 켜듯 시원하게 늘려준 후 견상 스플릿을 통해 하늘로 발 끝을 찌르며 허벅지 앞면을 늘려주고 그런 다음 무릎을 뒤로 접어 스콜피온 자세.

허벅지의 앞면과 골반을 활짝 열어준 후 그대로 다리를 넘겨 발바닥을 바닥에 둔다. 숨 한번 내쉬며 바닥을 지지하는 손바닥이 어깨 아래에 있는지 확인하고 검지와 엄지 뿌리를 단단히 눌러 겨드랑이에 힘을 만들고 위에 있는 팔은 어깨에 소켓을 끼우듯 넣어준 뒤 들숨에 발바닥과 손바닥을 눌러 골반을 들어 올림과 동시에 위에 있는 팔을 기지개 켜듯 뻗어낸다.

고개는 자연스레 아래로 툭 떨어트려 뒷 벽을 바라보고 호흡과 함께 골반을 조금씩 더 들어 올리며 함께 상체를 펼친다. 넘어간 발바닥을 들어 올려 발 끝을 세우면 좀 더 개운하게 골반이 열린다.

날개뼈를 모아 가슴 방향으로 밀어주고, 허리가 꺾이는 것이 아닌 골반에서부터 열리는 기분을 최근에 실감하는 것과 동시에 여름이 왔고 나는 후굴 자세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가슴과 골반에 쌓인 무언가가 해소되는 이 기분이 참 좋다.

매트 위에서의 경험을 삶에서 적용하지 않는다면 진정 요가 수련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고 있는 거라고 조금 엄격하게 생각하고 있다. 마음 안에 생겨난 분노를 알아차렸지만 조절하지 못하고 화라는 감정에 이끌려 휘둘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런 나를 못난 모습이라고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정말이지 나라는 존재는, 내가 아니면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다. 비난보다는 가슴 위에 두 손을 포개어 따뜻하게 감싸고 잠이 드는 밤. 사방을 향한 가시를 거두자. 내가 나를 지키는 한 누구도 나를 해칠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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