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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 Apr 25. 2018

열번째 요가 이야기

고무카사나



이 순간, 내 마음을 정하는 것은 나니까.


"요가를 열심히 하다보니, 내가 자꾸만 예민해져요." 말씀하시기에, "예민해지는거, 안좋은 건가요?" 여쭤보았다.

"그렇지, 예민해지니까 아주 귀찮을 때가 있어." 이야기하셔서 곰곰, '예민한 거, 진짜 별로인가?' 속으로 질문을 하다가 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예민함을 잘 사용해보시면 어떨까요?" 말씀드려 보았다. 나 역시 좀 예민한 사람이다. 말에도 글에도 표정에도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내가, 나 역시 좀 피곤한 타입인 것 같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그만이 할 수 있는 일과 낼 수 있는 에너지가 있는데 예민한 나니까 할 수 있는 일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나니 내가 밉지 않아 보였다.

실은 나의 경우는, 예민함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예민함을 핑계로 도망갈 구실을 찾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매트 위에서 만나는 움직임들은 일상 생활에서 자주 하는 움직임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그래서 어떤 움직임들은 조금 낯설다는 이유로, 혹은 불편하다는 이유로 사랑받지 못하곤 한다. 실은 그 움직임들을 살면서 자주 하지 않아서 내 몸이 불편해진 것인데, 하루 종일 나를 아프게 할만한 움직임들은 태연하게 긴 시간 만들면서 나를 나아지게 하는 움직임은 불편하다고 말하며 그 잠깐을 못 머무르고 동작에서 빠져나와버리는 것이다. 많은 것이 느껴지면 그냥 느끼면 된다. 느낌을 평가하지 않고 그냥, 느껴지네! 속으로 이야기하면 그만인 것이다.

고무카사나로 앉아서 등 뒤로 손을 잡고 오래 있다 보면 나는 언제나 처음에는 골반이, 그 다음에는 아래로 내린 어깨가, 그 다음에는 위로 올린 팔의 근육이, 그 다음에는 복부 안쪽에 있는 근육이 차례로 불편하다고 중얼거린다. 오늘 나는 그 소리를 그냥 가만히 들어준다. '응 그래그래, 거기가 불편하지? 맞아, 잘 하고 있어, 감각을 감각으로만 사용해. 감각이 너를 휘두르게 하지마. 진짜 다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빠져 나와야 하지만 이건 그게 아니라는 것을 너는 잘 알잖아.' 나에게 이야기해주었다. 불편하구나, 그렇구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니 내 안에서 중얼거리던 소리들은 갑자기 이야기를 멈추고는 다정하게 나를 본다.

마음에 아름답고 고운 색을 입히고 싶어서 올라온 매트 위, 감각에 귀를 기울이며 느낌을 판단하다 보면 때때로 여러 가지 색들을 덧칠하게 된다. 덧칠한 색은 어느덧 어둡고 탁한 색이 되어 버린다. 감각을 거기에 두고 더 색을 입히지 않는다. 거기에 있는 것은 그냥 거기에 두고 나는 조금 떨어져서 바라본다. 이 순간의 내 마음을 정하는 것은 바로 나니까. 지금 나에게 이로운 마음을 선택하는 것은 바로 나니까.

인도에서 만났던 수린더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었다. "매트 위에서, 우리들이 왜 어려운 동작들을 연습해야하지? 어떤 동작은 꽤 쉽고, 어떤 동작은 어려운데, 매번 와, 이건 쉽네! 어! 이건 너무 어렵잖아! 오락가락 속으로 이야기할거야? 그냥 어떤 건 어렵고 어떤 건 쉬운거야. 그게 전부야. 안그래?"

"그리고, 너희들도 알지, 삶도 똑같아."







글/ 예슬 (brunch.co.kr/@yogajourney)
그림/ 민지 (brunch.co.kr/@am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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