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나갔다가 인기척을 느껴 두리번거리는데 아무도 없습니다.
낙엽이 떨어지고 구르는 소리였습니다.
고요한 가운데 낙엽 떨어지는 소리만 들리는 가을 새벽.
소슬히 부는 바람으로 사위는 스산하기만 합니다.
노을이 내려앉기 직전,
달은 뭐가 그리 급한지 벌써 모습을 드러냅니다.
분분히 흩어지는 구름과 맑은 하늘을 배경 삼아 떠 있는조각달.
언젠가 끝 간 데 없는 숲속을 헤매다가 바라본 하늘이 생각납니다.
달이 고요를 발하듯이,
숲은 고요를 머금은 채 사람의 발길을 밀어내려 합니다.
“수능을 앞둔 그 주는 손님이 뚝 끊겨.”
카페 사장은 텅 빈 공간을 바라보며 한숨을 토해냅니다.
원래 사람이 드나들어야 하는 곳에서 고요를 찾을 수는 없죠.
이곳은 고요보다 평온이 어울리는 곳인데,
적막한 공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대학이 대학일 수 있는,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원하는 곳을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시험 성적이 개인의 모든 것을 평가하지 않는,
그런 날과 그런 세상이 어서 왔으면 좋겠네요.
사장의 한숨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갑니다.
조각달을 한 번 더 지그시 바라봅니다.
아니, 조각달이 나를 살포시 엿봅니다.
밤새 서로 안녕을 빌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