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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는 시간

by 글담



아직 동이 트지도 않은 새벽에 엉거주춤 일어납니다.

전기주전자에 물을 가득 채워 끓입니다.

물이 끓는 동안 신문이 왔나 내다 봅니다.

이른 새벽 종이신문의 질감과 냄새로 잠을 깨우고,

어수선한 세상 소식이 박혀 있는 신문을 잠시 훑습니다.

세상의 고요와 어울리지 않는 활자의 난리통을 잠시 내려 놓습니다.


그새 다 끓은 물을 커피 담을 컵과 커피 내릴 컵에 부어 데웁니다.

필터에도 부어 따뜻하게 데운 후에 다시 물을 끓입니다.

이제 커피 콩을 저울에 재고 그라인더로 갈아서 필터에 붓습니다.

그동안 물은 알맞은 온도로 끓었습니다.

커피가 빵처럼 부풀어 오를 만큼 살짝 부은 뒤에 숨을 기다립니다.


한 번 두 번 물로 커피를 내리니,

원두가루의 진한 향이 커피 물의 향으로 묘하게 바뀝니다.

사실 커피 마시기 전보다 지금의 향이 커피를 즐기게 하는 듯합니다.

다 내린 커피는 남은 물을 부어 섞은 뒤에 컵으로 옮깁니다.

주방의 불을 끄고 신문을 들어 방으로 향합니다.

오늘, 아니 어제의 소식을 갈무리하며 시집을 꺼냅니다.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날이 추우니 이불 속을 빠져 나오기 싫습니다.

하루를 여는 시간이 점점 늦어집니다.

커피를 건너뛰고

시를 건너뛰고

신문을 건너뛰고

읽어야 할 책을 건너뛴 채

하루를 시작합니다.

게으른 하루가 될 듯합니다.

어쩌겠어요.

계절이 나를 자꾸만 이불 속으로 밀어 넣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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