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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낙엽의 시간입니다

by 글담



이제 곧 맹렬한 추위가 찾아온다더니 바람이 제법 매섭습니다.

마치 태풍 직전의 고요처럼 따뜻했던 날씨가 요동칩니다.

구름은 먹빛으로,

하늘은 잿빛으로,

얼굴은 무뚝뚝한 색을 표현하듯 굳어집니다.

산책겸 운동하러 나선 길에 후드를 뒤집어쓰고 걸음을 재촉합니다.

금세 몸에 열이 올라 찬바람이 어느새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그제야 공원 곳곳에 시선이 머뭅니다.


한갓진 곳에는 아직 쓸려 나가지 않은 낙엽이 봉분을 이룹니다.

공중에서 떨어지는 낙엽은 비가 되어 떨어지고,

늦가을과 겨울의 경계선에 있음을 알립니다.

그러나 아직은 낙엽의 시간입니다.

낙엽마저 사라져 휑하니 삭막한 겨울의 거리와 시간이 곧 다가오겠죠.

하지만 아직은 가을의 시간입니다.


한쪽 벽을 타고 올라간 넝쿨잎은 아직 윤이 납니다.

바람과 햇빛보다 고독으로 메마를 낙엽의 시간이 오지 않은 듯하네요.

벌써 거리와 벽과 나무는 낙엽의 시간이 되었는데 말이죠.

하기야 삭풍이 불어도 피어난 철쭉이 있는데 시간의 의미를 따진들 뭐할까요.


바람 앞에 곧 떨어질 나뭇잎을 보면서 위기와 고통을 떠올립니다.

위기와 고통을 알게 되면,

더는 세상이 사랑만으로 채워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죠.

평온한 세상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말이죠.

가을의 사랑 노래는 쓸쓸합니다.

만남의 기쁨보다 이별의 고통을 노래합니다.

그러니 세상도 쓸쓸한 게죠.

쓸쓸한 마음을 허기라 착각하고 배를 채우렵니다.

혹시 아나요?

그렇게 마음이 채워졌다고 착각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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