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가 좋아져서인지 찬바람이 제법 상쾌합니다.
나름대로 고달픈 하루라고 조용히 한숨만 내쉽니다.
글이나 기획처럼 실체가 없는 것을 좇으니 티도 내기가 어렵습니다.
땀 흘린 노동의 찬란함과 처연함에 주눅 드는 터라 어쩔 수 없네요.
뜨뜻미지근한 일상이 반복되면,
생각도 몸도 흐물흐물해집니다.
무얼 해도 심드렁합니다.
원고를 봐도,
책을 봐도,
영화를 봐도
그저 보기만 할 뿐입니다.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죠.
지금 이 시간은 흘려보내야 할 시간인 듯합니다.
억지로 붙잡는다고 해서 그 시간이 나의 것이 되지는 않을 듯하니까요.
뜬금없이 달을 찾으러 나섭니다.
곧장 달을 찾으려 했지만 찾지 못했더니 등불이 가르쳐줍니다.
기다랗게 늘어져 선 등불 끝에 달이 있었습니다.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이 보이지 않아도 분명 가리키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조금은 느슨해져도 되지 않을까요.
바짝 조이고 닦아낸 기계가 되고픈 마음은 없습니다.
비어 있는 구석으로 타인의 생각과 마음을 채우려 합니다.
그래야 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그래야 달이 아니더라도 다른 빛이 눈에, 가슴에 들어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