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잠시만 기다려보죠

by 글담



“오늘 손님이 어째 이리도 없지?”

카페가 한산합니다.

주말만 해도 앉으려 하면 손님들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고 합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일까요?

방역을 강화해서일까요?

손님 하나 없는 카페는 텅 빈 공간의 울림만 채울 뿐입니다.


낙동강을 혼자서 유유자적 거닐다 보니 어느덧 해가 저뭅니다.

어둠이 깔리기 직전,

태양은 제 존재를 가장 강렬하게 드러냅니다.

이곳도 카페처럼 인적 드문 공간입니다.

혼자 느긋이 강변의 해 질 녘을 바라봅니다.


저무는 해를 보며 누군가는 소멸의 장렬한 미학을 이야기하지만,

어둠이 깔렸다고 해서 세상의 마지막이 오지는 않습니다.

어두우면 어두운 대로 세상은 또 다른 불빛을 밝힙니다.

가지가 앙상하다고 해서 나무가 생을 마친 게 아닙니다.

선으로 남은 가지는 구부러진 손을 내밉니다.

한겨울을 버티면 다시 잎을 틔우겠죠.

끝과 시작의 순환을 알기에 지리멸렬한 삶의 질곡에만 빠지지 않습니다.


손님 하나 없다고 했던 카페는 하루가 지나자 다시 종이 울립니다.

손님이 하나둘 찾아오고 자리는 찼다가 비워지고,

또 다시 누군가가 자리를 차지합니다.

태양이 지고 다시 떠오르듯,

카페가 비우고 다시 채워지듯

우리의 시간도 그러했습니다.

그러니 조바심이 나더라도 잠시만 기다려보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