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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헛해서 추운가 봅니다

by 글담



“오늘도 쌀쌀한데 내일부터는 더 춥대요.”

“그래요? 예보를 보니 주말부터 추워진다는데.”

“지금도 쌀쌀하지 않아요?”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나요?”

대학 캠퍼스를 가로질러 가는데 잔뜩 움츠린 어깨를 좀체 펴지 못합니다.

함께 가던 이는 날씨가 좋다고,

오랜만에 캠퍼스를 와 본다고,

살짝 달뜬 채 한낮 고즈넉한 겨울의 학교 분위기에 취했습니다.

얼핏 기온을 살피니 그리 추운 날씨는 아니네요.

그런데 왜 이리 추운 걸까요.


얼마 전,

겨울비에 바람마저 부는 날씨를 피하려 카페에 들렀습니다.

그곳에서 여왕을 만날 줄은 몰랐죠.

햇살을 장막처럼 드리운 채 창가에 앉아 있는 붉은 꽃.

풍성한 빨간 드레스를 입은 듯 고혹의 자태를 뽐냅니다.

바라만 봐도 추위는 달아나고,

보기만 해도 연모가 타오릅니다.

그때가 더 추운 날씨였는데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마음이 추운가 봅니다.

두꺼운 옷 안에 열을 가득 채워 넣어도 춥습니다.

몸뚱이가 내뿜는 열기마저 식혀 버릴 만큼 마음이 춥습니다.

벗을 만나 불을 지펴야 하는데,

벗을 못 만나 차갑게 식어버리는 마음입니다.

한동안 또 만나지 못할 듯합니다.

역병은 이리도 모질게 마음을 차갑게 얼려 버립니다.

늦은 끼니라도 먹어야겠습니다.

아마 헛헛해서 추운 건가 봅니다.

그게 배 속인지 마음인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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