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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무거운 시간

by 글담



노을이 무거워 보입니다.

고요한 강변의 풍경에 더해 소멸되는 시간의 공허한 현기증 때문일까요.

태양은 시간을 불사르며 가장 붉은 빛으로 세상을 물들입니다.

세상은 어둠이라는 확실한 세계로 차츰 넘어갑니다.


의미와 목표가 분명한 세상을 바랄 때가 있습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디로 가고 머물러야 할지 명확한 세상.

그렇지 못한 세상이라서,

부조리한 세상이라서

어그러진 인생은 꾸불꾸불 꾸역꾸역 종착역으로 이어집니다.


급하다고 빨리 갈 수 없고,

막혔다고 돌아갈 수 없으니

삶은 어쩌면 확실한 세계의 시간인 듯합니다.

마지막에 도달할 곳도 분명하지요.

노을이 지고,

달이 떠오를 테고,

다시 태양은 떠오릅니다.

분명하면서도 알 수 없는 세계.

오늘도 그 세계 안에서 벗과 함께합니다.

잘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벗과 같이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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