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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이 피어날 그날을 위한 밭갈이

by 글담



이른 아침,

동트는 동쪽 하늘은 맑기만 합니다.

자줏빛으로 물들일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은 색의 경계를 허물며 아침을 맞이합니다.

한동안 심장과 폐를 파고들던 찬바람마저 오늘은 잠잠합니다.

아직은 춥다고 눈만 빼꼼히 내민 채 나선 산책길,

출근길 종종 걸음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공원을 돌아다닙니다.


무수히 피어있던 장미꽃밭은 나무 밑둥만 남긴 채 죄다 베어져 듬성듬성 맨땅을 드러냅니다.

새로이 피어날 그날을 위한 밭갈이이겠지요.

다시 삶을 꽃 피우기 위해서는 한 번씩 제 몸을 잘라내는 고통을 겪어야만 하는 건가 봅니다.


저 멀리 산등성이가 동트는 경계였는데,

어느새 구분짓는 선은 사라지고 세상은 밝아졌습니다.

경계와 구분은 어느덧 희미하게 사라지고,

희미했던 선은 어느새 경계와 구분의 시간에 다가섭니다.

세상은 이렇게 돌고 선과 면의 시간을 오갑니다.


세밑 찬바람이 다시 불어옵니다.

옷깃을 잔뜩 여미고,

목을 한층 움츠리고,

마음은 활짝 열어봅니다.

찬바람은 막아도 찬 기운은 가슴 깊숙이 느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겨울잠이 확 깨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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