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컵에 담긴 검은 물의 고요

by 글담



햇살은 따뜻한데 몸은 춥습니다.

바람이 부는 듯 마는 듯 밀당을 하는 날입니다.

한기를 느껴 고개를 숙이려 해도

햇볕이 따사로워 자꾸만 하늘을 바라봅니다.

재채기 한 번 하고 옷깃을 여민 채 카페로 들어섭니다.


카페지기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알아서 계산하고

알아서 커피 내리고

알아서 나가는 손님께 인사를 합니다.

누가 보면 게으른 사장이 느지막이 나와 여유를 부리는 줄 알겠네요.


누구는 한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지만,

한여름에도 커피는 뜨거워야 제맛이라고 고집부립니다.

그러니 추운 날 카페 나들이는 커피 마시기가 좋을 수밖에요.

커피를 내리고

살짝 향을 음미하고

머그컵을 두손으로 감싼 채 온기를 느낍니다.

벌써 커피 마시기의 절반쯤은 한 셈입니다.

이제 맛을 보기만 하면 되죠.

이렇듯 각자의 커피 마시는 법은 제각각입니다.


하얀 컵에 담긴 검은 물의 고요를 바라보니

쓸쓸한 겨울 오후가 떠오릅니다.

바람이 살짝 불었거나

혹은 작은 새가 앉았다가 금방 떠나는 바람에 가늘게 떠는 여린 나뭇가지처럼

마음은 잔잔하게 흔들립니다.

곧이어 이 공간이 사람들로 채워지기 전까지

흔들리는 마음으로 바깥 풍경을 바라봅니다.

오늘도 괜찮은 오후를 보낸 듯하네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