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바람을 잠재울 때

by 글담



얼마 전 추운 겨울밤,

덩그러니 창에 비친 등불마저 따뜻하게 여겨졌습니다.

겨울밤은 참 외롭습니다.

외로우니 노란 전구의 불빛에

시선이,

마음이,

기억이 향합니다.


오늘은 골목길 안까지 온기가 전해집니다.

날씨는 저 건너 봄이 온 듯 따뜻합니다.

햇살이 바람을 잠재우나 봅니다.

햇살도 따사로워 오랜만에 짧은 산책길에 나섰습니다.

사실 산책이라기보다 충동구매를 하러 나선 길이지만.


“작가님은 왜 텀블러 안 쓰세요?”

“어, 음…”

“커피도 매번 따뜻하게 드시면서 텀블러를 안 쓰니까…”

카페 주인장은 예상치 못한 비수를 날립니다.

그 아픔을 견디지 못해 밖으로 나섰습니다.

텀블러 사러.


텀블러를 사고 나오는 길에 문득 이래저래 쌓인 쿠폰이 떠오릅니다.

절약해야죠.

발길을 돌립니다.

구매 취소와 환불, 다시 결제를 하면서 슬며시 웃습니다.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친환경의 덫을 피했다는 자기만족이죠.

코로나 때문에 예정된 강의를 취소한다는 연락에 의기소침했던 기분도 풀립니다.

강의를 열심히 준비했다는 아쉬움은 언젠가 있을 또 다른 강의 요청 때 달래면 되겠죠.


이래저래 어수선한 하루입니다.

마음을 다잡는 데 은근히 시간이 걸립니다.

어느덧 늦겨울로 달려가는 2월의 늦은 오후로 접어듭니다.

나른한 겨울 한낮의 짙은 여운이 가득한 오후입니다.

카페 안으로 햇살이 비추다 말다 합니다.

슬며시 다가왔다가

은근히 물러나는 햇살에 눈길을 거두지 못합니다.

다시 스며들 햇살을 기다리느라 쉬이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서성거립니다.

오늘은 이리 하루를 보내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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