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불을 밝혔습니다.
밖은 환한데.
카페 안으로 햇빛이 갸날프게 들어오고,
벽은 햇빛을 담지 못해 창백한 불빛으로 대신합니다.
온기 없는 불빛이나마 따뜻함을 자아내려 벽에 노란색을 밝힙니다.
몹시 아리지만 매번 사랑을 찾는 것처럼 불빛의 온기를 느끼려 한 번 더 바라봅니다.
노란 불빛을 보고 있으니,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라는 소월의 시구가 불현듯 떠오릅니다.
그리우니 생각이 날 수밖에 없는 사랑을 떠올리게 해줬으니,
온기 없는 불빛도 제 소명은 다한 듯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오늘 찻값은 건졌네요.
차의 달달한 맛보다 벽에 덧입힌 빛이 더 값진 시간입니다.
차가운 조명과 따뜻한 사랑을 한데 버무리려는 헛된 망상을 해봅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리 헛되지도 않은 것 같네요.
고통과 사랑은 한통속입니다.
망각과 기억도 한통속입니다.
온기와 냉기도 한통속입니다.
이리 생각하다 보니 또다시 사랑을 떠올립니다.
이곳과 저곳을 오가며 깨닫는 것은 결국 사랑입니다.
아프더라도 참을 만하면 참거나,
너무 아파서 애써 잊으려 하면 잊거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랑의 굴레에서 머무는 게 인간입니다.
그럭저럭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대로 사랑한다는 뜻이겠죠.
가장 힘든 사랑이 그런대로 사랑하는 것이라죠.
차분하게, 넉넉하게, 희로애락의 시간과 함께할 수 있는 사랑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