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덥네, 하고 손부채질하다가 이내 두리번거립니다.
당장 어디라도 들어가 찬바람을 쐬어야 할 것 같아서요.
어디 그늘밑으로 들어가 더위를 피하려 하지만,
붉고 노란 장미와 하얀 옥스아이데이지가 펼쳐진 공원에는 딱히 피신처가 보이지 않습니다.
군데군데 정자는 이미 질펀한 술자리와 장기 놀음으로 사람 가득합니다.
어쩔 수 없죠.
꽃에 영혼을 팔아야겠습니다.
어슬렁거리는 산책은 그런대로 묘미가 있습니다.
산책을 해야지, 하고 나선 길이 아니었습니다.
슬리퍼를 신은 채 사부작사부작 옮긴 걸음이 꽃밭으로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저 아이들에게 눈길을 빼앗기지 않으리라 마음먹었건만,
영혼을 빼앗긴 지 한참 됐습니다.
이리저리 둘러보고 맡아보고 들이대며 한곳에 머뭅니다.
때로 인생은, 시간은 이렇게 멈추나 봅니다.
꽃을 바라볼 때마다 스스로 묻습니다.
뭐가 그리 예쁠까?
답은 분명합니다.
예쁘니까.
사랑을 할 때도 같은 물음과 답이 흘러나옵니다.
한 철학자의 말처럼 사랑이 사랑을 사랑합니다.
그러니 왜냐고 물으면 고개를 갸웃거리지요.
나도 모르게 멈출 때가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사랑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
그 이유를,
그 시간을,
굳이 이유를 묻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저 옥스아이데이지에게 왜 그리도 하얗게 피었냐고 묻는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원래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