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투명한 하늘과 끝없이 이어진 골목 사이에서

by 글담



5층 카페 옥상정원에서 세상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낮게 깔린 세상의 소리가 이곳에서는 오늘 따라 유독 조용합니다.

높은 곳이라서 들리지 않는 게 아닙니다.

낮은 소리가 타고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아래에 지나가는 사람,

카페를 찾아온 사람,

결국 사람 소리입니다.

사람만 있다면 언제든지 세상의 낮은 소리는 이곳까지 올라옵니다.

오늘 그 낮은 소리를,

낮으면서도 굵고 진한 소리를 내는 화가님이 이곳을 찾았습니다.

더운 날,

머리카락을 자르고 나들이 삼아 점심 때를 맞춰 왔네요.

마침 점심을 먹으려 했던 카페지기와 나는 함께 밥술을 뜨자고 권합니다.

“우리 먹을 거 나눠 먹으면 되겠다. 어차피 둘이서 다 못 먹어요.”

끼니를 때울 시간입니다.


카페 옥상 정원에서 점심을 먹는데,

후덥지근한 공기가 잠시 시원해지더군요.

이내 비가 내렸습니다.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대지를 식히고,

열기로 가득 찬 내 마음도 가라앉혀 줍니다.

카페지기와 잠시 들른 화가와 함께 먹는 점심은 소나기처럼 금방 지나갑니다.


일요일 오후의 한가한 기분은 어느덧 사라지고,

월요일 오후의 조급한 마음이 어느새 채근합니다.

글을 보라고,

일을 하라고.

그러다가 문득 하늘을 봅니다.

비는 그쳤습니다.

서늘한 기운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기를 바라며 올려다 본 하늘.

무겁게 드리웠던 잿빛 휘장이 차츰 걷히고,

너무나 투명한 파랑의 무대가 펼쳐집니다.

끝없는 파랑은 좁게 이어진 골목길의 창일 테죠.


오늘 따라 유난히 골목길 산책이 그립습니다.

‘대로’라고 이름 붙은 길 옆의 사잇길에 있다 보니 더 그러한가 봅니다.

큰 꿈보다 소박한 소망이 그리울 때가 있듯이,

큰 길을 활보하는 것보다 작은 길이 굽이굽이 이어진 골목에서 느릿느릿 걷고 싶습니다.

소나기가 그친 여름날의 골목이 주는 청량함을 즐기려고요.

아, 메일이 왔군요.

건조한 말투의 일 이야기가 잔뜩 실린 편지입니다.

골목은 저만치 멀어져만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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