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공원을 산책합니다.
중국식 정원을 돌아다니는데,
이리저리 담벼락으로 나뉜 마당마다 작은 정원과 호수가 사람들의 호흡을 늦춥니다.
발걸음도 차츰 더디고 구름은 나뭇가지에 걸려 움직이지 않습니다.
앙상했을 나뭇가지들이 섬세한 선을 가리고,
초록의 풍성함으로 여름을 맞이합니다.
하늘로 향한 나뭇잎은 태양과 손을 잡으려 하고,
잔디 위로 떨군 나뭇잎은 바람에 흔들거리며 대지와 인사를 나눕니다.
봄을 지나 여름을 맞이하려는 설렘의 야릇함.
그 순간이 반갑고도 아쉬워 제자리에 멈춥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눈에 띈 홀로 핀 장미.
외로워 보이지도 않고,
도도해 보이지도 않고,
단지 그곳에 제 존재를 드러내는 자아가 돋보일 뿐입니다.
어느새 함께한 지인들의 존재마저 지워버리는군요.
따가운 햇살을 달래듯 산들바람은 시원합니다.
비운다는 게 여전히 어려운 삶이지만,
바람과 장미와 햇살이 어우러지는 풍경이라면 견딜 만하겠죠.
가방에는 읽을 책 한 권이 있고,
쓸 거리를 담을 노트와 펜도 있다면 한가로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듯.
여유로운 삶을 꿈꾸지는 않습니다.
여유롭게 살 수 있는 형편도 되지 못합니다.
그저 이렇게 세월과 함께하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싶습니다.
갈 곳 없는 아이들에게 밥해줘야 하는 약속도 지키고,
살 곳 없는 멍멍이들에게 생명을 지켜줘야 하고,
타향살이 힘들어 할 사람들의 외로움도 나누고 싶습니다.
어쩌면 이런 약속도 욕심일 수 있습니다.
스스로 오지랖이라고 구시렁대기도 합니다.
매번 정리해야지, 하고 투덜대지만 몸과 마음은 곳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서로의 손을 맞잡으려는 본능 때문이겠죠.
어쩌면 그 순간의 설렘이 주는 야릇함 때문일지도.
그래야 나도 살 수 있을 테니까요.
살아가기 위한 몸짓을 굳이 가둘 필요는 없을 듯하네요.
해가 뉘엿뉘엿 기웁니다.
당도 채웠으니 일을 좀 더 해야겠습니다.
아이들과 멍멍이들과 외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