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길이가 깊이로 다가올 때

by 글담

노을지는 순간이나 흐르는 강물을 바라볼 때,

그 시간이 길지 않더라도 무언가에 깊이 빠져듭니다.

물기 머금은 꽃을 바라볼 때도 그러했습니다.

괜스레 무언가를 떠올리거나,

떠오를 듯 말 듯 어떤 의미를 곱씹거나.


시간의 길이가 어느덧 깊이로 다가올 때,

찰나의 순간마저도 깊은 각인으로 남습니다.

굳이 깨달음이 아닐지라도.


“시대를 거스를 수는 없지.”

사는 게 팍팍하다고 푸념을 하는 지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열심히 사는 게 미덕은커녕 생존마저도 지켜주지 못하는 세상입니다.

그러니 자꾸만 눈길이 딴 데로 향합니다.

복권이라도 살까, 하고 내 능력 밖의 행운을 바랍니다.

그러다가 함께 살아온 그 시절의 자취를 간직한 이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삶의 깊이를 떠올립니다.
같은 세월을 지내온 그들의 삶이 풍기는 내음에서 눈을 지끈 감습니다.

딴 데로 향했던 그 눈을.


햇살이 따갑습니다.

바람은 시원하고요.

아직 돌아다닐 만하네요.

곳곳에 핀 오월의 꽃을 스치듯 보면서 ‘깊이’라는 두 글자를 떠올립니다.

한철 피어났다 지는 꽃이라도 생의 깊이를 한껏 보여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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