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아닌 시집을 마침내 다 읽었습니다.
시인들이 각자의 시집을 낼 때 뒤표지에 실린 말과 글의 모음집입니다.
말과 글이라고 하는 이유는 뒤표지에 실린 이 텍스트의 정체를 뭐라 할지 몰라서요.
아무튼 시이기도 하면서 시의 영역을 벗어난 글들을 다 읽고 덮었습니다.
뭐라 불러야 할지 몰라도 분명한 것은 시어입니다.
시인의 말이니 시어이겠죠.
이제 새로 읽을 시집을 찾습니다.
여기저기 쌓아둔 책들 틈바구니에서 겨우 찾아 꺼내 놓습니다.
낮게 깔린 구름 떼가 눈높이로 내려온 듯합니다.
마치 내가 구름 사이를 노닐 듯하니 가만 앉아서 신선 놀음을 하는군요.
그러다가 잠시 후에는 뭉게구름이 옅어지더니 차츰 새파란 하늘이 드러납니다.
이제 바람마저 바뀌었습니다.
가을을 담은 바람이 새벽마다 찾아옵니다.
한낮의 여름은 여전히 자리를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지만.
시간은 저리 흘러가고,
가을은 이리 찾아옵니다.
벌써 햇살이 방 안 구석구석까지 비춥니다.
잠시 찾아온 가을이 슬그머니 물러섭니다.
저 멀리 산봉오리는 삐죽 선을 드러내다가 부드럽게 이어집니다.
굵어지던 선도 가느다랗게 이어지더니 구름과 하늘의 경계선이 됐습니다.
새는 보이지 않고 울음만 들려줍니다.
보이지는 않더라도 잊지는 말라는 듯.
글과 세상이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마침 읽고 있는 김훈 선생의 [허송세월]에 그런 내용이 나오는군요.
관련한 내용은 좀 무겁지만,
평소 내가 생각하는 것은 그리 무겁지만은 않습니다.
세상을 보고 일상을 관찰하고 이야기로 쓰는 것이죠.
날이 더워서일까요.
일부러 차를 운전하지 않고 돌아다니면서도 자꾸만 세상을 놓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과 가게의 풍경보다 글자로 빼곡히 채운 세상을 보는 거죠.
그러니 내가 쓴 글은 슴슴하다 못해 지루한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