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이었습니다.
골목길을 종종걸음으로 가고 있는데,
늘 보며 지나치던 카페가 눈에 들어옵니다.
오늘 같은 날,
그곳에서 차 한잔을 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젖은 옷과 가방을 툭툭 털며 카페 안에 들어서니,
이곳의 시간은 머나먼 과거에 멈춰 있습니다.
그 아늑한 과거의 시간에 잠시 몸과 마음을 맡기렵니다.
바깥 풍경은 보이지 않지만,
바깥으로부터 들리는 빗소리가 풍경을 떠올리게 합니다.
멈추어버린 시간,
비 오는 한낮 오후 흘러가는 시간의 의미를 곱씹습니다.
이런,
굳이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을까요.
무의미의 시간도 있을 텐데요.
그냥 흘러가는,
잡지 못할 시간.
한 철학자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순간도 영원도 아닌 어쩌면 그 모두인 저무는 휴일 오후의 시간”
이 시간이야말로 생이 농익어가고,
뫼르소의 시간이자 니체의 시간이라고요.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냐면서 무의미의 시간을 즐깁니다.
시간의 강박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자신과 삶이 보입니다.
물론 지금도 할 일이 켜켜이 쌓여 있지만,
무의미의 시간을 보낼까 합니다.
더는 쇠락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