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군요.
코스모스는 살랑거리며 반깁니다.
바람이 바뀌었고,
꽃들이 자리바꿈을 합니다.
가을이에요.
툭하고 떨어지는 갈변한 낙엽도 계절의 인사를 건넵니다.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
인사를 건네고는 바람을 타고 저만치 가버립니다.
그 시절을 함께했던 그들이 아무렇지 않게 떠난 것처럼.
이별의 순간은 찰나이지만,
기억의 시간은 오래 갑니다.
미등록 이주민들의 의료 지원을 위한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사무실에 일하러 오지 않느냐고 말이죠.
종종 글 작업을 하러 공간이 필요할 때,
염치없이 찾아가곤 했던 터라 한동안 오지 않으니 안부를 전한 것이죠.
사무실도 옮겼는데,
음료수라도 사들고 가야겠죠.
무턱대고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자칫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함께하는 연대,
함께 사는 공동체라는 생각으로 손을 마주 잡지만,
나름대로 원칙과 배려가 서로 있어야 하죠.
안타까운 마음에 도와주었는데,
관련한 절차를 하지 않고 사라지는 바람에 애를 먹기도 합니다.
반대로 작은 도움에도 고마워하며 자신이 도울 일이 없느냐고 공동체에 합류하기도 하죠.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이곳도 세상의 이치대로 흘러갑니다.
이런 일 저런 일 모두 일어나는 곳이죠.
한 송이 코스모스가 어여쁩니다.
그렇다고 한 송이 코스모스를 보러 가지는 않죠.
한 송이 메밀꽃은 볼 품이 없습니다.
한가득 피어 있는 메밀꽃밭은 장관을 이룹니다.
모두가 장미나 코스모스가 되기를 원할지도 모르죠.
홀로 고고하게 피어 있는 꽃.
그보다 보잘것없는 메일꽃이 되렵니다.
함께하는 아름다움이 근사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