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종이의 깊은 세계와 인간에 빠질 때

by 글담

노을이 질 때,

까무룩 잠이 옵니다.

이른 잠을 깨우려고 바다 건너 섬 사이로 가라앉는 해를 봅니다.

나른하고,

널브러지는 몸을 일으켜 카메라를 듭니다.

노을이 너무 일찍 지는 듯해서요.


아마도 새벽녘만큼이나 감정이 솟구치는 듯한 해 질 녘.

무언가 끄적거리고 싶은 순간.

망작이거나,

아니면 솔직한 이야기를 늘어놓겠죠.

한때의 푸념이거나,

혹은 깊은 공감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감정은 이성과 합리의 대척점에 있다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소설은 이 대립 항을 넘어섭니다.

공감과 연민의 감정은 인간과 삶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하는 데 필수죠.

이 감정이 이성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때로 화를 내거나 절망합니다.

다수의 삶과 동떨어진 법원 판결이나 정치적 결정에 분노하는 이유입니다.


문학을 읽고 감정을 경험할 때,

세상을 더 넓고 깊게 바라보고,

연대와 정의,

타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뜨거워집니다.

소설을 읽는 까닭인 게죠.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공감과 정의의 구분이 아니라 이 둘을 연결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 어려운 연결고리를 소설은 보여줍니다.

오늘도 딱딱한 사회학이나 경제학, 철학을 보다가도,

얇은 종이의 깊은 세계와 인간에 빠지게 하는 소설을 꺼내 들 수밖에 없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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