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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Oct 03. 2022

115_ 지금 노후생활비를 계산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 30대 노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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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내가 그랬다.

노후를 걱정할 때마다 그때는 지금과 생활방식이 많이 달라져서 지출 항목이나 생활비 규모가 상당히 차이 날 테니까 벌써부터 노후 생활비를 계산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여겼다.


근데 60대 부모님의 생활비가 20~30년 전과 지금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다. 분명 양육, 자녀의 경제적 독립, 소득 기간의 증가, 은퇴 등으로 생활방식과 재무 상태에 굵직한 변화는 있었지만, 지출 액수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년 전이나~ 20년이 지난 지금이나.


가장 큰 지출이었던 자식의 교육비와 양육비가 빠진 자리를 곧 다른 소비로 채워졌다. 두 분은 여전히 하루 2~3끼를 드시고, 가끔 외식을 하시며, 많은 시간 휴대전화를 보시고, 전보다 병원에 자주 가시고,  점점 다가오는 무직을 대비하기 위해 저금을 늘이셨다. 이웃 노부부는 보험 만기로 보험료가 좀 줄고, 자가용 처분으로 차량 유지비가 없어졌지만, 건강 악화로 병원비가 급증했다.


완전히 틀린 것이다.

나이 들면 돈 쓸 일이 적어지고 여윳돈이 늘고 생활이 확 달라질 거라던 나의 생각은. 물론, 실제로 노후에 지출 액수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그건 돈 쓸 일이 줄어서가 아니라 소득이 줄어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지출을 줄인 거였다.


노후에 지출 액수가 줄어든 건 적은 소득으로 내 사정이 쪼들리기 때문이지 단순히 늙어서가 아니었다. 소득이 많은 이들은 여전히 지출도 많다. 그러므로 단순히 늙으면 지출이 줄을 거라는 예상은 틀린 답이었다.


지금 지출 흐름을 바탕으로 노후 생활비를 계산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이때 알았다. 고소득자가 아니라면 그때도 지금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소득을 얻을 확률이 높고 비슷한 금액에서 할 수 있는 지출은 고만고만할 거였다.


미래의 뜻밖의 사건, 사고 외에는 지출 항목이 지금과 크게 달라지기는 하나 그건 예상 밖에 일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처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대처하면 된. 그건 노후 준비가 아니라 재무 설계할 때 비상금을 신경 써야 한다.


혹 이렇게까지 얘기하는데도 모두 잔소리로 보인다면, 그래서 이런 계산이 영~ 귀찮고 번거로워 도저히 못 하겠다면 지금 필요한 생활비를 노후 생활비로 봐도 괜찮다. 


말했다시피 생계비는 크게 변동되지 않을 확률이 높고 양육비, 자가 마련 비용 줄어든 자리 병원비와 여가 활동비로 채워질 테니까. 하지만 지금 다니는 직장을 20~30년 후에도 다닐 수 있을까? 40대에 은퇴를 걱정하는 요즘이다. 그동안 누누이 말했지만, 60대를 지나면 지금 소득은커녕 겨우 200만 원의 불로소득 만들기도 쉽지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미리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계산해보는 거다. 귀찮게 계산기 때려가며 머리 아프게 생각이라는 것까지 해가면서. 그나마 높은 토익 점수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한두 달 시간이 걸리는 게 아니니 얼마나 다행인가? 돈 드는 일도 아니고 남은 인생에 고작 하루도 아닌 4시간 정도 쓰면 될 일이다.


혹시 모르지 않은가?

겨우 이 정도의 투자로 삶에 득이 되는 생각의 변화가 생기고 내 재무 설계가 조금 바뀌어서 인생이 달라질지도!


평균 소득에 나이 서른 넘으면 “대충 매달 300~400만 원 정도 있으면 되겠지~?”라는 빈말도 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그런 판에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꼭 한 번 노후 생활비를 계산해보길 바란다. 가까운 혹은 먼 미래에 생길 문제를 대비해놓는 건 더 여유롭게 사는 확실한 방법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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