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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Feb 28. 2022

32_ 노후는 지금과 많이 다르다는 걸

목차__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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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이 넘으신 부모님이 일자리를 구하실 때마다 두 분에 얼굴에 깊은 한숨과 깊어지는 주름을 보았다. 면접을 가면 회사에서는 노인은 위험부담이 있다며 꺼리고, 겨우 나와서 일하라는 곳 찾으면 기본적인 노동법을 지키지 않는 곳이 많은 탓이다. 3년 전보다 2년 전이, 2년 전보다 1년 전이 월급은 더 적고 일할 자리는 더 없고… 부모님의 나이는 3년 전보다 지금이 더 많다.


예전 부모님에게서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노후란 이렇게나 다른 인생인 것이다. 

부모님은 지금 나와 같은 2022년에 계시지만, 나와는 사뭇 른 세상을 사신다. 여전히 두 분에 이름은 세 글자 그대로지만 사회가, 회사가, 친구가 그리고 가족이 바라보는 시선이 10년 전과 같지 않다.


나는 늘 고작 달걀 한 판 넘은 나이로 어디 감히 달걀 두 판 훌쩍 넘은 이들에 인생에 대해 떠들어댈 수 있을까 눈치가 보이지만, 그래도 꿋꿋이 이리 주제넘게 구는 것은 그나마 다른 이들보다 부모님의 삶에 더 엉겨서 그들의 인생을 관심 있게 보았노라 하는 같잖은 이유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가 본 것은 아름다움과 너무도 거리가 멀었다.

커다란 불행이었다. 그것은 분명 부자가 아니라면 누구든 닥칠 일이었다. 너무도 날카롭고 몸이 타버리듯 뜨거운 것이다. 그러니 주제넘더라도 말하고 싶었다.


“조심해!!! 어마 무시한 게 오고 있어!! 그러니 빨리 대비해야 !!!!”라고. 


어릴 적, 든든하고 든든해서 평생 끄떡 없을 것 같던 아줌마 아저씨들과 나를 지켜주었던 울타리인 부모님의 모습이 그때와 지금 너무도 다르다. 사장이던 아저씨네도 대기업 다니던 아줌마네도 남은 삶을 걱정하신다. 굶어 죽을 정도는 아닌데 딱 먹고만 살 정도라 병이라도 걸리면 어쩌나, 더 늙어서 소득 없이 사람답게 가 아닌 죽지 않아 사는 인생이 되면 어쩌나 걱정이 잔뜩이시다. 다들 휘청거리고 있다. 불안에 떨면서.


그들에게는 예외 없이 2가지 변화가 일어났다.


① 약해지는 건강

② 나이 든 사람을 대하는 주변 환경, 사회


그리고 다들 겨우 이 2가지 때문에 생활이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일단, 직장을 구하기 어렵다고 하셨다.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적었다. 요양사, 장애인 돌보미, 경비원, 미화원 정도가 대표적인데 그것도 60대까지나 자리가 있다. 70대에는 나라에서 제공하는 파트타임 정도가 가능하다. 근데 그 자리에 들어가기 쉽지가 않다. 숙이 아주머니는 거기서 지난여름에 한 번 일했더니 또 안 뽑아준다며 이제 어디서 일하냐고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다.


노쇠해졌기 때문이다.

몸뿐만 아니라, 머리도. 누구든 번 설명하면 바로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일자리도, 사회도, 사람도. 그래서 다들 나이 든 서민을 불편해한다.


하지만 아줌마와 아저씨들은 변한 게 없었다.

늙었다는 것 빼고는. 여전히 맛있는 걸 먹으면 행복하고, 여행은 신나고, 배우는 건 즐겁다고 했다. 돈만 있으면 새로운 취미에 도전하고 싶고 새로운 일도 하고 싶어 하신다. 30대와 마찬가지로. 늘 그래 왔듯이 그렇게 살고 싶다.


그런데 나이가 변했다.

누가 나이를 물으면 답으로 다섯 손가락 쫙 펴도 모자라는 나이로. 그 나이는 그들이 하루 종일 일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해도 그들을 받아주는 곳이 없게 했다. 나라에서 만들어준 일자리 겨우 당첨되었다고 한들 기간제라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


일을 해야 하는데 일할 곳이 없다는 건 어떤 것일까.


간단히 생각하면 된다.

오늘 내가 직장에서 짤렸다.

그래서 새 일자리를 알아보는데 나를 고용하는 곳이 아무 곳도 없다.  월급을 반만 받겠다고 해도 나를 거절한다. 몸을 쓰며 일하는 막노동도 나는 안 된단다. 고로 나는 다음 달부터 소득이 0원이다. 나라에서 노인들에게 제공하는 일자리도 다 탈락이다. 더 이상 내가 일할 곳은 없다. 자, 그렇다면 당신은 당장 내일부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아마 그때 제일 먼저 찾는 건 실업급여와 퇴직금일 것이다.

럼 그걸로 몇 개월이나 버틸 수 있는지, 그리고 그동안 부은 국민연금을 받는다고 얼마나 받을 수 있는 할 수 있는 건 죄다 계산해보자. 이렇게 돈 나올 구멍을 열심히 다 보면 점점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식은땀이 나기 시작할 것이다. 내 노후가 생각보다 위태롭다는 것이 선명하게 드러나게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이렇게 말해도 몸이 건강해서 무슨 일이든 하면 되는 사람은 실감 근처에도 닿지 못한다. 고로 당장 젊은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중하지가 않다. 일 좀 못하면 나라에서 주는 돈으로 생명이나 유지하면 되지 싶고, 자식들 좀 쌩한 게 뭐가 문제냐 난 내 쪼대로 살면 되지 싶다고 하면서. 전쟁을 겪어보지 않았으니 “그깟 전쟁 나면 나는 거지 뭐!” 쉽게 말하듯 아직 노후를 당하지 않은 이들은 노후를 그리 쉽게 말한다. 말은 코딱지를 파는 것보다 쉬운 일이니까.


하지만 노후에는 믿었던 것에 배신을 당하게 된다.

나는 여전히 일할 수 있다 해도 사회에서 나를 받아주지를 않는다. 내 마음은 청춘인데 몸은 그것과 반하는 태도를 취한다. 한나절 바삐 일해야 하는데 반나절만 지나면 에구에구 앓는 소리 내며 주저앉는 거, 나이가 든다는 건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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