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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Mar 06. 2022

35_ 노후가 실감 나지 않을 땐  ②

목차__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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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상상이 잘되지 않는다.

내 얼굴에 고생 가득해 보이는 깊은 주름이 새겨지고, 검버섯이 가득 피고, 다리와 허리가 눈에 띄게 구부러지고, 온몸이 쑤신다며 부들부들 지팡이를 짚고 걷는 모습이. 그냥 지금 모습에 그런 그림을 그려 넣기만 하면 되는 건데도 그렇다. 나도 모르게 내 머릿속에서 그 그림을 거부하며 방해하는 또 다른 뇌가 있는 것처럼 비참한 할머니가 된 내 모습은 영 그려지지가 않는다. 주름 조금, 검버섯 조금에 귀여운 할머니 모습 정도가 떠오를 뿐.


아버지 월급날 보험료, 카드값, 관리비 등 내야 할  고 남은 빠듯한 생활비를 세어볼 때면 자꾸 마음에 비상등이 켜진다. 쪼들리는 삶, 거기서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하게 되면서 촉각이 곤두서는 것이다. 다음 달을 시작으로 조금 먼 미래까지 어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자꾸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의 하루를 들여다보고, 동내 슈퍼에서 100원만 더 깎아 달라며 실랑이를 벌이다 지독하게 짜게 구는 사람이라며 뒷말을 듣고 미움을 받으시는 단골 할머니, 아들 내외와 해외여행을 몇 번이나 다녀왔다는 은수 아주머니를 보며 그들에 삶에 나를 대입시킨다. 노후를 실감하고 오늘 해야 할 대비를 잘 해내기 위해서. 그리고 그 생각 중에는 또 하나의 질문이 떠오른다.  


‘지금 내 수준으로는 어떤 노후를 맞이하게 될까?’     


그리고 그 답을 얻기 위해 2가지를 행한다.



1. 주변 어르신 중에 30대에 나와 비슷한 생활을 했던 분을 찾아본다.

2. 지금 내 소득이나 노후 준비 수준으로 맞이할 수 있는 미래를 계산해본다.          




지금을 전제로 도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나의 미래가 궁금하다.

그래서 이 2가지를 해본다.

2번의 경우, 지금 내 소득과 노력으로 나올 수 있는 미래의 결괏값으로 실제 맞이하게 될 나의 노후 모습을 알 수 있다. 젊은 사람은 부분을 심히 궁금해하고 세심히 들여다봐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만큼 내 노후를 실감하는데 직방인 게 없고 실제로 재무 설계할 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쪽으로 보나 저쪽으로 보나 이 짓이 노후를 실감하고 현재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데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1번의 경우는 주변 아주머니들에게 묻는 것으로 해결한다. 

“30대에 노후 준비 어떻게 하셨어요?”

그럼 아주머니들은 과거를 추억하는 일이 꽤나 재미지시는지 큼지막한 것들 몇 가지는 쉽게 이야기해주신다. 그렇게 만나는 사람마다 간단하게 묻다 보면 얼추 나와 비슷한 사람 한 분 정도는 다.


그때 잠시 동안 정신이 번쩍 든다.

내 미래의 모습을 눈앞에서 보는 거 같아 소름이 돋으면서.

이때 한 번 노후를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나는 당장 백수에 부모님의 노후나 신경 쓰는 처지다 보니 비슷한 30대를 보낸 사람이 드물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 도출해낼 수 있는 노후의 삶은 너무도 뻔해서. 지금 내 노후 준비라고 해 봐야 보험 좀 잘 가입해놓았다는 거 정도니 이대로라면 내가 맞이할 미래는 나라의 도움을 받으며 매우 가난하게 살아가는 처지뿐 아니겠는가. 암담하다.


부실한 부분들을 채우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해야 할 건 수입 창출이고 이게 해결돼야 다른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리고 가끔은 그 한 단계 일이 진행되고 난 후, 소득이 생긴 후에 삶을 떠올리며 미래 결괏값을 계산해본다. 내가 직장인이라면, 소득이 있는 사람이 된다면 나는 어떤 노후를 기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하지만 그 미래도 그리 밝지는 않다.

평생 서민으로 살면서 알뜰하시고 성실하셨던 내 부모님을 보면. 노후에 부자가 되는 상상을 하셨던 것도 아니고, 그저 더 이상 생계 때문에 죽기 전까지 일해야 하는 걱정 정도는 하지 않게 되는 삶을 바라셨는데. 가끔 나들이 가고, 외식하고, 친구들을 만나는 그런 생활을 그리셨는데. 욕심이라고 하기에는 퍽 소박한 삶이었는데. 근데 그 성실함과 알뜰함에 결과는 소박함 조차 이루지 못할 만큼 너무도 찌질했다.


그래서 ‘적은 돈 정도 벌겠지’로 시작해서 그걸로 얼마 정도 노후를 위해 쓸 수 있고, 노후 준비를 위해서 어떤 걸 할 수 있고, 원하는 자산을 마련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들고…. 이런 계산을 하다 보면 암담함이 좀 가셔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한다. 열심히 해도 여유롭기는 좀 힘들 수 있다는 현실에 자꾸 마주하기 때문이다.


물론, 삶에는 변수가 많아 지금 예측한 미래가 무조건 나의 미래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내가 지금 중학교 선생이라고 해서 중학교 선생으로 퇴직해 평화로이 사는 이모와 같은 노후를 맞이하는 건 아니지만. 중간에 누군가에게 사기, 질병, 속 썩이는 배우자 등이 있거나 갑자기 간절한 꿈이 생겨 선생을 그만두거나, 사업을 했는데 대박이 나는 등 변수는 무궁무진하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자꾸 열심히 사는 젊은 이들에게서 그들처럼 열심히 살았을 지금에 늙은 어른들을 떠올린다. 젊어서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어떤 노후를 맞이하는지에 대한 결과가 지금의 60~110세 분들이니까. 


겪어보지 않아 모른다는 핑계로 외면했던 노후를 알기 위해 계산을 하고, 이미 그 노후를 맞이해서 살아가고 있는 어른들을 통해 그 결괏값을 확인한다. 굳이 타임머신을 타고 내 미래를 확인하러 갈 필요 있나. 어차피 나와 비슷한 30대를 보내신 분들이 나의 미래 모습에 가장 가까운 것일 텐데.


일어날지 아닐지 모르는 이 변수 때문에 노후를 현실에 기반하지 않고 계산할 수는 없는 일이기도 하고. 나의 미래는 과거,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오늘의 내 처지를 바탕으로 나온 결괏값이기도 하니까.


어쨌든 노후가 너무 멀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인터넷 결제 버튼을 누를 때면 노후를 실감하기 위해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그것이 습관처럼 결제 버튼을 누르던 손가락을 멈추게 하고 다시금 지금 해야 할 노후 준비를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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