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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Mar 15. 2022

40_ 지금 잘 사는 60대는

목차__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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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어머니 주변에도 돈 걱정(정확히는 일하지 않을 때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이 크게 없는 아주머니들이 계신다. 아주머니라고 하기에는 손주들에게 할머니라고 불리는 중이시고 ‘들’이라고 하기에는 그 수가 매우 적지만 그래도 중산층을 사는 분들이 있기는 다.


이웃에 살다 이웃 동네로 이사 가신 경 아주머니는 한 달에 천만 원씩 쓰며 사신다. 남편분의 소득이 높아서 그 정도는 써줘야 세금 폭탄이 안 터진다나 뭐라나. 그리고 매년 해외여행을 다니시던(코로나19 전) 은수 아주머니, 평생 든든한 연금으로 노후 걱정 없이 지내시는 서울에 어머니 친구분, 무슨 사장님이라는 친척분 등등.


한쪽에서는 절벽 무너지듯 중산층이 서민으로 후두둑 떨어져 나가고 있는데 다른 한쪽은 절벽 위에 버티고 서서 여유를 누린다. 대체 어떻게 해야 절벽 위에 있을 수 있는 걸까. 그들에 30~50대의 삶이 어땠는지는 얼추 알고 있었다. 직접 만나면 대충 묻기도 하고, 어머니께 전해 듣기도 한 터라.


경 아주머니는 나 어릴 때 남편분이 전문직을 하게 되면서 상상 이상으로 돈을 많이 버셨다고 했다. 은수 아주머니는 남편은 대기업, 아주머니는 공장에 다니면서 맞벌이를 하기도 했지만, 결혼할 때 부모님께 물려받은 재산을 잘 활용해서 부동산을 늘린 것도 크게 한몫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 친구분은 평생 공무원 하시다가 은퇴하시고 공무원 연금으로 지내고 계신다. 지금 30대 공무원은 미래에 연금이 불안 불안하다고 하지만, 이미 은퇴한 공무원의 연금은 꽤나 안정적이라고 했다.


그들에 30~50대는 각양각색이었다.

노후에 여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을 만큼 다채롭다. 해서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건 알 수 있었으나 그게 뭔가 하나의 정답은 되지 않았다. 경 아주머니는 이렇다는데, 은수 아주머니는 저렇단다. 그럼 나는 대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걸까? 공부를 해서 전문직을 가져야 하나, 아니면 맞벌이 부부가 되어야 하나, 아니면 공무원이 되어야 하나….


젊은 이들은 가입한 보험과 저금을 살펴보고, 호기롭게 시작한 주식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고민하고, 직장에 얼마나 더 다닐 수 있을지 가늠하면서 노후를 대비하지만 그래도 영 불안하다. 지금에 선택이 나의 미래를 확실하게 도울 건지 확신이 서지를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기분이 들 때 나는 그분들이 지금 가지고 있는 게 무엇인지 하나하나 살펴본다. 현재 유유히 여행을 즐기고, 친구들과 외식을 자주 다니며, 생계 걱정 없이 여유로이 살 수 있는 것이 도대체 무엇 덕분인지를. 일하지 않는데 생활비는 어디서 나오는지, 자산은 어떤 것들을 가졌는지, 주식은 하는지 등등을 말이다. 어머니를 통해 그분들에게 묻고 답을 전해 듣는 식으로 궁금증을 해결한다.

 

여유에 근거는 단순했다.

그들의 노후에 여유를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임대 수익과 연금이었다. 특히 연금은 세입자니 뭐니 신경 쓸 거 하나 없이 죽을 때까지 나오는 연금은 최고 중에서도 아주 최고다. 지금 나한테 그런 게 있다면! 평생 죽을 때까지 많은 돈 바라지 않고 소득 걱정 없음에 감사하며 평생 소박하 안락한 행복을 즐기며 살 수 있겠구나 싶다! 진짜 갖고 싶다, 매달 700만 원 연금 복권이다. ㅇㅁㅇ!!!!


흠흠.

언제나 연금 복권 1등이라는 꿈을 꾸며 내가 집, 임대 놓을 매장 1~2개랑 평생 연금 이것만 잘 마련하면 되겠구나 하는 현실적인 결론을 내린다. 소득이 생기면 그것부터 준비해야겠다면서.


아, 그리고 또 하나.

그분들을 만나면서 내가 제일 신기하게 생각했던 다름 아닌 알뜰함이었다. 그분들에게는 젊었을 때 소득이 적지 않았다는 것과 그동안 번 돈을 잘 지키고 잘 불렸다는 것, 다 큰 자식들이 더 이상 손 벌리지 않는다는 것 등에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신기했던 건 다름 아닌 익숙한 듯 몸에 밴 알뜰함이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거, 근데 누구나 하지 않는 거.

돈이 쪼들릴수록 해야 하는 거, 근데 쪼들리면서 그렇게  사람은 많지 않은 거. 그들은 그걸 잘하고 있었다.


경 아주머니는 한 달 생활비를 천만 원을 쓰면서도 불필요한 지출을 하는 일이 없다. 친하지도 않은 아무나에게 흥청망청 인심을 쓰고 다니지도 않으신다. 내가 좋아하는 우리 은수 아주머니는 외식 한 번, 카페 1번 가는 것에도 매우 신중하시다. 그러면서 꼭 나랑 어머니에게는 뭐라도 하나 더 사주시겠다고 하니 내가 안 좋아할 수가 없다. 희한하게도 나는 생활이 쪼들리는 사람보다 경제적으로 여유롭던 그분들에게서 알뜰함을 더 자주 다.


물론, 노후에 여유로움은 성실함과 알뜰함만으로 여유는 조금 어려운 일이다. 그 답을 결정짓는 건 자산이니까. 하지만 그들이 이 2가지를 모두 기본으로 가지고 있었다는 것 또한 가볍게 여길 수만은 없다. 그것이 분명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아마 알뜰하지 못해 버는 족족 다 써버리고 사치를 부리며 과소비했다면, 지금에 자산은 없었을 것이다.


주변에서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스펙 향상을 위해 잠도 줄여가며 공부하고, 돈 버느라 투잡 쓰리잡을 뛰는 사람들. 젊음을 즐기기는커녕 계절이 바뀌는 것도 느낄 여유 없이 바쁜 들. 그들을 보며 나는 늘 공감하지 못했고 자주 궁금해했다.


'왜 저렇게까지 하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젊음을 즐기는 것도 얼마나 중요한데. 저러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하지만 30대가 된 지금 후회하는 건 그들처럼 살지 못한 과거를 가진  꼬락서니다. 젊어서 미래를 위해 모든 시간을 희생한다고 다들 잘 사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지금 여름이면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나고 자신의 능력으로 자가용을 끌고 여유로운 소비 생활을 누리며 사는 건 젊었을 때 고생했던 그들이라.


그래도 여전히 현재를 좀 즐기면서 미래를 위한 투자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주의라 그런 방법을 선호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여유롭게 오늘을 보내 나이 드신 분들을  때면 지금 노는 젊은이보단 꽤 고생하는 덕에 조금씩 결과를 쌓는 젊은이들이 뼈저리게 부럽다. 나도 절벽 아래가 아닌 그 위 안전한 곳에서 살랑이는 실바람을 맞으며 여유롭게 커피 한 잔 하는 60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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