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스레드 하세요?

다른 건 아니고 반가워서요.

by Sunyeon 선연

최근 스레드에 빠져 있다. 내 sns 이야기를 해보자면 짤막하고도 긴데 09년 즈음 시작한 인스타도 시들, 그 이전에 시작한 네 뭐뭐 블로그도 시들, 꽤 열심히 했었던 티스토리 블로그도 시들. 본격적으로 디깅을 했던 엑스(구 트위터) 마저도 17년 넘는 시간 동안 파고 파고 팠으나 결국엔 그만두었다. 해서 현재 남은 것이 스레드다. 2025년에는 스레드에서 많은 인연과 많은 자모음을 만났다. 모든 소셜 네트워크의 로직이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스레드가 내 좋아요에 반응하여 펼쳐놓는 타임라인이 나는 그 어떤 매체보다도 섬세하고 아름답다고 여겼다. 그래서 종국엔 내가 원하는 화제의 키워드들로 채워진 타임라인으로 최근의 스레드를 채울 수 있어 앱을 열 때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 작가, 고양이나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 혹은 작은 행복을 앙망하고 희망하는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었다.


현실 세계에서는 책을 좋아하고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진지하게 만나기가 어려웠다. 긴 글을 아끼는 사람들이 너무 귀했다. 글줄 하나를 공들여 읽는 사람을 만나면 기뻤고 내가 쓰는 글줄을 누군가 읽기나 할까 싶어 부러 글을 쓰지 않았던 시기도 있었다. 그런데 그곳은 달랐다. 누구나 글을 썼고, 누구나 글을 읽었다. 어떤 사람이든 브런치 작가였고 어떤 이든 기꺼이 책을 샀으며 문장을 나누고 감상을 자연스레 이야기했다. 나는 이 점이 퍽이나 마음에 들었다. 들여다 '보는' 시대에 '읽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그런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공간이라니. 신기하기도 하고 묘한 기분도 들었던 것 같다.


작년 2월 즈음에는 투고의 연도 닿았다. 정말 우연히 닿은 연이 출간까지 이어졌다. 아마 스레드를 하지 않았으면 조금 늦춰졌거나 아마 없었던 일이었을지 모른다. 언젠가는 책을 내긴 했겠지만, 머쓱하고 감동적인 순간들은 대개 이렇게 철푸닥 넘어지는 순간처럼 찾아오는구나.


물론 간혹 이런저런 부정적인 말들에 시선이 붙들려 오래 머물 때도 있었다. 누군가의 글을 그대로 베껴 돌아다니는 거짓‘말’들, 가난을 밈으로 한 참 쉬운 사람들의 조롱, 익명을 도구삼아 좋을 대로 떠도는 말들. 사람들의 사는 형태는 다양하고 그만큼 부유하는 말들도 가끔은 모양 없이 허무할 때도 있었다. 그런 말들은 그냥 미세먼지를 피해 가듯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듯 달음질쳤다. '그러려니'가 안 되면 피곤한 게 SNS였지 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말이 가진 힘을 믿는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마음에 가 닿을 수 있다는 것. 우리는 손가락으로 글을 쓰지만 그 앞 뒤엔 사람이 있다는 것. 모든 이유를 차치하고서라도 그 모든 것들은 사람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것.


스레드는 '반말'이 기본인 참 재미있고도 간지러운 형태의 SNS다. 처음에는 이 부분 때문에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나조차도 그게 조금 어려웠으니까. 그래도 하다 보면 자연스레 된다. 오프라인으로 만나게 된 사람들에게는 꼬박꼬박 '요'를 붙이게 된다는 것이 조금 재미있는 포인트지만. 따뜻한 음식을 사 와서 조그마한 행복을 얻었다는 어떤 스레더에게 '정말 따끈한 행복이네' 하고 답글을 보내니 '따뜻하게 공감해 줘서 너무 고마워-' 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나도 잠시 하루의 무게를 내려놓고 따뜻한 기분이 된다. 이런 소소한 마음들을 나눌 수 있는 것이 스레드의 순기능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 새로 찍은 명함에는, 브런치 주소와 인스타 주소.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레드 주소를 함께 적어 넣었다. 이제 세 개의 플랫폼이 내 포트폴리오인 동시에 내 얼굴이 될 예정이므로. 올해에도 작은 기록들을 꾸준히 해 나가고 싶다. 글을 좋아하는, 기록을 좋아하는 누군가와 꾸준히 닿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이 글을 읽는 당신, 혹시 스레드 계정이 있나요?

우리, 스레드에서도 만나요.



Sunyeon Kim님(@someafternoon_) • Threads, 자유로운 소통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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