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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받고 싶은 선물이 뭐냐, 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편지를 선택할 것이다. 이전부터 변하지 않았던 고집 같은 취향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주고받은 자모음들이 셀 수도 없이 많았다. 교복을 입었을 때는 보통 주고받는 것들이었고, 스물 이후의 것은 주고받는 느낌보다 주로 내가 주는 쪽이었다. 말로 해도 좋은 마음을 구태여 글로 적어 남기는 것이 좋았다. 누군가에게 어떤 글귀를 건넨다는 것은, 그 글귀를 적는 순간의 나를 그때의 내 마음을 건네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인지 그때 그 순간이 오롯이 담기는 것이 부끄러우면서도 또 그 자체로 '진짜' 같아서. 그 진심이 간지럽게 좋았다. 누군가에게 건네기를 주저하게 되다가도 목적지를 찾아 떠나간 진심이야말로 내 것이 아니구나. 를 느낄 때의 후련함. 편지에는, 마지막 마침표를 찍어 상대방에게 건넨 이후에 느껴지는 묘한 시원함도 있었다.
무엇보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를 기록하는 행위 자체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최근엔 필사나 필기를 할 일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손에 힘을 주어 무언가를 눌러쓰는 것이 좋다. 무언가를 쓰기로 마음을 정하고 얄팍한 종이 한 장을 단단한 탁자 위에 둔 뒤 마음에 드는 펜이나 연필을 선택해서 사각사각 눌러쓴다. 가끔은 멈추었다가, 문장 꼬리가 이어지면 또 그 문장들이 시간 위를 흐르게 둔다. 마지막에 내 이름과 오늘의 날짜를 쓰고. 아. 이 과정이 중요하다. 지금껏 써내려 온 이야기들이 오늘, 그러니까 바로 지금의 그것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마지막 줄을 또박또박 남겨두는 것.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닌.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나는 종이에 적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경건하고도 묘한 기분이 된다.
매 해를 시작할 때, 아니. 한 해를 마무리할 때. 나는 지인들을 위해 그 해의 엽서 한 장을 여러 부 찍는다. 한 해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안부 인사를 전하고 싶어서다. 짤막한 편지를 적고, 마지막 주소 란에 누군가들의 주소를 적어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는다. 이를테면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루틴이다. 희한하게도 한 번도 응답을 기다렸던 적이 없지만, 누군가에게 또 손글씨로 다정하게 답장이 오면 그게 또 행복한 기분이다. 어쩌면 특별할 것 없는. 사소한 이야기들이 적힌 오늘. 들을 앞으로도 가끔 누군가에게 전하겠지만 부디 받는 사람에게도 즐거운 일이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내 별 것 아닌 은밀한 고백이. 오늘이 아니면 할 수 없을 어떤 별 것 아닌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피식 웃을 만한 조그만 따뜻함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