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나야 비로소 회복이 시작되는 거야
어릴 때부터 관절이 유연하고 약한 편이라 넘어지고 삐고를 반복했다. 어느 날은 발목을 정말 심하게 삐끗했는데 발등까지 퉁퉁 부어올랐다. 뼈가 부러진 건 아니었지만 굉장한 고통이었다. 1년 넘도록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에 발을 디딜 때마다 아팠고 그 뒤로 한 동안은 계속해서 삐끗했다.
운동을 하며 알게 되었다. 인대가 내가 발목이 삐끗하던 때를 기억한다는 것을. 그래서 내가 그때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재빨리 본인을 늘려 발목뼈가 골절되는 것을 막아 주었던 것이다.
몸에 상처가 나면 한동안은 염증이 나고 흉도 두꺼워진다. 상처가 난 부위의 면역 세포들이 모여 열심히 싸워주고 피부는 콜라겐을 두껍게 쌓아 보호해 주는 것이다.
내 몸은 내 생각보다 나를 잘 지켜주고 있었다. 이 시스템이라면 넘어짐과 아픈 상처가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몸이 해 준 것처럼 충분히 다시 일어나 회복할 수 있다는 든든함마저 들었다.
구김이 없는 평평한 종이는 흠 하나 없이 완벽하고 매끈하다. 하지만 바람에 쉽게 흔들리고 찢어지며 그 위에 물건을 올려놓아도 버틸 수 없다. 반면에 구겨지고 접힌 종이는 투박하고 거칠어 보인다. 깨끗하고 매끈한 윤기 대신에 지워질 수 없는 구불구불한 자국이 남아있다. 하지만 부채처럼 접어 입체적으로 만들면 휘어짐에 대한 저항이 커진다. 이를 물리학적 원리로 보면 단면이 두꺼워져 강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접힌 부분으로 하중이 분산되고 구조적으로 지지력이 생겨 버티는 힘 또한 강해진다. 마치 천장에 서까래, 빔(beam)처럼 접힌 부분이 각각의 작은 기둥 역할을 하는 것이다.
상처와 굴곡이 많다는 것은 흠이 있거나 완벽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상처와 주름 속에서 자신만의 구조를 만들고 인생의 무게를 더 견딜 수 있게 된다. 켜켜이 접힌 모습이 싫었지만 상처가 난 자리가 오히려 나를 지탱했고 주름진 경험은 삶의 무게를 조금 더 견딜 수 있게 해 주었다.
생리학이 말하는 '회복의 힘', 물리학이 말하는 '버티는 힘' 그 덕에 나는 넘어지고 구겨져도 다시 일어나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